<문화칼럼>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60년이 넘은 낡은 담배공장이 세계 최대 규모의 공예비엔날레 전시장으로 바뀌고, 바로 이곳에 국립 현대미술관 수장보존센터가 들어선다. 또 옛 기무사 건물을 활용해 시민 문화센터를 조성하고, 방송국 건물이 시립미술관으로 재탄생된다. 바로 대한민국 녹색수도 청주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낡고 오래된 도심의 건물을 활용해 문화예술이나 문화산업의 요람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을 아트팩토리라고 말한다. 아트(Art)와 팩토리(Factory)의 합성어인 아트팩토리는 말 그대로 예술공장인 셈이다. 80년대 이후 산업화의 유산이었던 공장들이 이전되거나 업종 전환되면서 폐쇄되고 방채됐던 애물단지를 문화예술의 아지트로 변신하면서 폐허가 된 도시에 활력을 되찾아 주고 문화예술을 살찌워주며 문화도시 문화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20만의 영국 북서부 게이츠헤드는 중화학공업과 탄광도시였지만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폐허로 전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하자 시정부가 문화산업으로 도시재생을 시작했다. 옛 제분소를 활용해 현대미술관을 개관하고 사람과 자전거만 다니는 다리인 밀레니엄브릿지를 개장했으며 영국 최고의 야외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연간 2천만명이 방문하고 8조원에 달하는 관광수익을 얻어내고 있다.

또 영국에서 가장 살기 나쁜 곳 1위라는 오명을 얻은 런던 북동부의 해크니는 낙후지역에 공공도서관을 짓거나 광장 공원을 새롭게 꾸미는 등 2002년부터 공공공간 100대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재생에 성공했다.

인구 9만의 소도시인 독일 에슬링겐은 옛 철물공장을 대중문화 레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연간 100만명이 찾는 도시를 만들었고, 독일 뒤스부르크도 유럽 최대 철강회사였던 '티센'의 옛 제철소 건물을 문화예술과 컨벤션센터, 그리고 디자인 정책을 통해 새롭게 변모시켰다. 뉴욕의 첼시마켓은 버려진 과자공장 28개를 터서 갤러리와 음식점으로 만들었으며, 정육점의 거리였던 미드패킹 역시 오랫동안 닫혀있는 빗장을 열고 할리우드 스타들의 매장과 명품숍, 레스토랑 등이 붉을 밝히면서 "낡은 것도 멋"이라는 아날로그 정신을 심어주었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역(驛)을 개축한 오르세미술관은 세계 미술인들의 로망이고 프랑스를 문화의 도시로 만드는데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아트팩토리는 겉보다 속이 아름답고, 옛 사람들의 발자취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으며, 빛바랜 공장에 감성을 입히는 곳이다. 청주시가 나라 안팎으로 주목받는 것도 아트팩토리가 어떤 결실을 만들어 주는지 알 만한 사람을 다 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옛 KBS 건물이 오랜 침묵을 깨고 시립미술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문화중심도시 청주를 대표하는 미술관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우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방송국 건물을 활용한 미술관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고, 인근의 중앙도서관과 충혼탑 등을 연결하는 문화벨트 조성이 가능하며, 무심천을 중심으로 동서의 문화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주변 공간의 재생과 활력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립미술관이 제 몫을 하려면 선행돼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시립미술관을 중심으로 미술창작스튜디오, 한국공예관, 대청호미술관 등 청주권 공립미술관을 특성화하고 네트워크화 하며 지역 예술인들의 드림센터가 돼야 한다. 수준높은 작품을 컬랙션해야 하고 차별화된 전시기획과 교육 및 문화서비스 콘텐츠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방송국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필요하다.

70년대에 개국해 30여년 간 근현대 격동의 청주를 뉴스로, 다큐로, 노래로, 가슴 절절한 이야기로 담아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에게 전파하지 않았던가. 그 소중했던 자료를 비디오아트나 설치미술, 아카이브 등으로 선보여야 할 것이다.

장소성과 역사성을 창조적 가치로 새롭게 담아내야만 진정한 문화도시가 되는 것이며, 시립미술관의 존재가치가 있다. 공간이 사라지면 추억이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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