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영동대 경영학과 교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같은 나이, 인접 국가 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박빙의 승부를 하며 세계 피겨스케이트계를 쥐락펴락했으니 자매 이상의 인연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이들의 경쟁이 끝나지 않아 향후 결과가 주목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국민은 양국의 역사적, 경제적 관계를 반영하듯 두 사람의 승부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두 사람의 짧은 역사가 지금 한일 경제 관계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자못 관심을 갖게 된다. 어린 시절 아사다 마오는 일본의 희망이었고, 그는 일본 내의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여 세계 시장에 문을 두드리면서 한국의 김연아와 경쟁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김연아 실력이 만만치 않아 아사다 마오의 세계 재패가 어렵게 되자 일본은 정치력을 동원해 아사다 마오에게 힘을 보탠다. 각종 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의 석연치 않는 채점표를 보면서 한국 국민은 스포츠가 정치로 바뀌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하지만 스포츠의 경쟁력은 심사위원이 아니라 선수에게 있다. 심사위원을 훈련시키는 것은 한 두 번의 기회를 잡을 수는 있지만 영원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없다.

지금 일본이 정치로 경제를 바꾸는 것과 같다. 아베가 대규모의 재정확대정책과 양적완화를 단행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무제한 늘리고, 이로 인해 늘어나는 정부 부채를 다시 사들여야 하는 재정과 금융의 혼합 정책을 정치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같은 거대 경제가 인위적인 자극으로 튼튼한 경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능할까. 이미 이러한 일본의 정치적 경제를 바라보는 세계경제는 일본의 국가신용하락, 급격한 엔화 강세로 유턴할 가능성에 불안감을 피력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차라리 일본의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낫다.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더욱 더 큰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이 한국과 경쟁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지만 환태평양 경제권에서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경제적 결합력은 적벽대전의 연환계와 같은 형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의 고통은 자신만만한 경제력을 보호하기 위해 개방에 소극적이었던 것의 결과이기도하다.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위해 FTA(자유무역협정),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에 소극적인 결과로 주변 국가와 경제 소통을 단절한 결과이다. 지난 해 정치적 문제로 한일 통화스와핑 축소를 결정한 것이나 주변 국가와 협의 없이 무제한 재정지출정책, 양적완화정책 등을 시행하는 것은 동반적 세계경제를 추구하는 멤버로서 자질을 떨어뜨리는 행태이다.

역사는 순환한다. 구한말 조선의 쇄국 정책은 찬란했던 역사를 뒤로하고 쇠퇴기로 접어들게 한다. 일본도 동북아, 환태평양 중심의 인접 국가에게 경제 협력과 개방을 하지 못하면 쇠퇴의 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 지금의 김연아선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선수는 실력이 중요하다. 심판의 도움은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경제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정책 드라이브가 되어야 한다. 한국은 이미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일본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단기적인 금리, 환율, 가격 요소에 의해 흔들림은 있을지라도 장기적인 한국의 위기관리는 문제가 없다.

두 국가가 함께 사는 길은 한국이 창조 경제를 찾고 있듯이 일본도 신성장동력의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두 사람 만의 게임이라고 한다면 그 결과는 한 쪽이 이길 수도 있고, 둘 다 지거나 이기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두 국가가 함께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일본의 기술능력과 한국의 생산능력의 조화를 찾아야 할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한국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아사다 마오를 이기는 선수라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연마를 통해 실력을 갖춘 선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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