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에도 꼼짝하지 않던 금융시장이 지난주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취한 이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시장은 하락하고 환율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상승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들의 주식과 선물 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현상인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인한다. 물론 일본 엔화환율의 하락과 같은 요인과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지금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여러 번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되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2010년에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을 들 수 있다. 그런데 과거에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다가도 곧바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오히려 저점매수의 기회로 삼기도 하였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심리적인 면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과도하게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아무렇지 않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반영하던 투자자가 갑자기 어떤 사건을 계기로 불안 심리가 확대되면 균형이 무너지면서 한쪽 방향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불안 심리는 쉽게 전이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증시의 가장 중요한 가격 형성 요인인 기업의 펀더멘탈과 관계 없는 외부 환경 요인이다.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기업 경영 환경을 위축시켜 결국 기업 실적을 악화시키지만, 대부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기업의 내부 경영 환경에 비해 영향을 적게 준다.

따라서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증시가 저평가 되었는지 고평가 되었는지 여부는 기업실적이 바로메타라고 할 수 있다. 증권시장에서 기업실적과 주가의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있는데, 이 지표가 높아지면 주가가 고평가 되고 낮아지면 저평가 된다고 본다. 주가수익비율(PER)이 과도하게 낮아지면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예측하기 어렵다. 금융시장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도 제한적인 정보만 가지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판단한다. 금융시장 종사자는 정책 당국자나 정보기관 사람이 아니다.

그러면 최근과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때 우리는 투자자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엇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잘못 섣불리 대응하다가는 싼 가격에 팔고 비싼 가격에 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또한, 투자를 하려는 사람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한탕하겠다는 헛된 꿈을 갖지 말아야 한다. 리스크가 커지면 리턴도 커진다. 그러나 리스크가 커질 때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유보하거나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령 급등락을 이용하여 한 번 큰 수익을 올릴 수는 있으나 섣부른 성공은 과욕을 낳아 무분별한 투자로 이어지기 쉽다.

결국 증권시장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혜안은 기업실적과 거시경제지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실적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아는 것이 기본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인 것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적인 이벤트에 부화뇌동하다 보면 소중한 재산을 잃을 확률도 커진다.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를 계기로 단기적인 시점이 아닌 장기적인 시점에서 안정적인 투자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다른 사람이 모두 불안한 투자 심리를 가질 때 역으로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냉철한 마음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하루 속히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고 평화의 시대가 오기를 기원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다.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위상을 자랑하며 단군이래 가장 부강한 국가가 되었다. 이번 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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