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기자단 - 햇빛창공] 잇단 저온현상에 볼품없이 떨어져… 속타는 농부

난 오늘도 사과밭을 이야기 한다. 엉망인 사과나무를 말하자니 징징거리는 것 같아 기록하지 않으려 했지만 다음 농사를 위해 기록을 남겨두기로 했다.

말 그대로 사과꽃의 상태는 최악이다. 지난해보다 개화가 일주일 이상 늦어지고, 사과꽃은 피는 도중 냉해를 입었고 사과나무 또한 겨울 동해를 입었는지 나뭇잎이 올라오다가 말라가는 가지가 눈에 띈다.

3년 전 동해로 복숭아 나무를 몽땅 뽑아내고 새로 심은 나무를 또 뽑아낸 주위의 복숭아 농가에 비하면 그 피해가 엄살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해가 막막해지기는 마찬가지다.

툭하면 이상저온현상이 발생했던 4월의 날씨는 '블로킹 하이 현상' 때문이란다.

큰 고기압이 일본 동쪽에 버티고 서서 기류를 막아 북쪽의 찬 공기가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반도에 오래 머물러서 그렇단다. 다음주까지 저온현상이 발생할거라고 하는데 속썩이는 법도 여러가지다.

극히 정상적인 사과꽃의 개화는 참으로 예쁘다. 다섯개의 꽃송이 중 가운데 자리한 꽃이 가장 먼저 개화한다. 제일 먼저 핀 까닭에 제일 실한 열매를 맺어주어 중심화에 착과된 열매를 나눠주고 솎아내야 하지만 먼저 나온 탓에 매도 제일 먼저 맞았는지 중심화를 잃어버린 꽃송이가 많다.

정말 볼품없는 사과꽃이다. 화사한 날씨에 시원스럽게 피지 못한 탓에 꽃자루도 예년보다 짧고 새주둥이처럼 벌어진 꽃눈이 주춤주춤하는 사이 날씨는 몇 아례 영하로 곤두박질 쳐 냉해를 입고 그대로 죽어버린 것도 많다.

냉해피해를 입은 꽃은 건드리기만 해도 떨어지고 만다. 피어보지도 못한 꽃도 억울하겠지만 꽃을 보는 농부는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일할 맛도 없다. 괜시리 한숨만 나온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한동네 사는 양봉하는 형님은 무척이나 고맙게도 마을 곳곳 사과밭에 꿀벌통을 가져다 놓았다.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거니? 여전히 쌀쌀하고 눈치없이 불어대는 봄바람에 꿀벌들은 만져도 꼼짝않고 허둥지둥이다. 내일은 열심히 일하자. 그래도 난 한눈팔지 않고 불필요한 사과꽃을 솎아내며 내일을 바라본다./ http://blog.naver.com/thdgk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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