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기자단 - 변종만] 덕주골서 동창교까지 10.3㎞, 정상 오르면 하루가 즐거워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는 충북 제천의 월악산(1097m). 설악산, 치악산과 함께 악산을 대표하고, 백두산과 함께 산의 정상이 영봉으로 불린다. 제천시, 충주시, 단양군, 문경시에 걸쳐 있는 17번째 국립공원으로 바위가 많고 산세가 험준하지만 호수와 계곡이 만든 절경, 덕주사·덕주산성·신륵사·미륵리사지 등 여러 가지 문화유적이 가까이에 있다.

지난 4월 21일, 815투어 회원들이 영봉의 기운을 받으러 월악산에 다녀왔다. 덕주골에서 덕주사·마애불·송계삼거리·헬기장을 거쳐 6km 거리의 영봉에 오르고, 송계삼거리에서 우측의 동창교(월악산휴게소)로 하산하는 총 10.3km 거리가 우리 일행의 등산코스다.

오전 7시 몽벨서청주점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증평, 괴산을 거쳐 9시 20분경 덕주골 주차장에 도착했다. 충주의 서정우 회원이 동동주에 빈대떡과 도토리묵을 잔뜩 시켜놓고 기다린다. 정이 넘치는 자리가 산행 전부터 하루를 즐겁게 한다.

덕주골에서 덕주사까지의 1.1㎞ 거리에 볼거리들이 많다. 마애교를 건너며 만나는 계곡으로 맑은 물이 흐른다. 물이 오른 나뭇잎들이 만든 녹색세상도 싱그럽다.

덕주사는 587년에 창건됐다. 또한 충주시 상모면의 미륵리사지(사적 제317호)와 함께 덕주공주와 마의태자 남매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경순왕이 왕건에게 나라를 넘기자 신라의 마지막 공주인 덕주공주가 마의태자와 함께 금강산으로 가다 이곳에 머물러 절을 세우고 마의태자를 그리며 여생을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절이 좁을 만큼 승려가 많아져 부속건물을 지으려고 할 때 어디에선가 황소 한 마리가 나타나 지금 마애불이 있는 바위 아래로 목재를 실어 날랐다. 목재를 다 실어다 놓은 황소가 죽자 그 자리에 세웠다는 우탑이 있다. 영봉을 안내하는 표지석이 등산로 입구를 알린다.

덕주사에서 마애불까지 1.7㎞는 비교적 완만한 코스다. 다리를 건너다보면 오른쪽 언덕위로 높이 13m의 덕주사 마애불(보물 제406호)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마애불은 덕주사 법당지 동쪽 바위에 조각되어 있다. 기다란 눈과 큼직한 코, 늘어진 턱 등 살찐 얼굴을 강조한 고려시대의 조각 수법이다.

한국전쟁으로 소실되기 전에는 원래의 덕주사가 마애불 앞에 있었다. 예전에는 마애불이 있는 절터를 상덕주사, 지금의 덕주사를 하덕주사라고 하였다.

등산로에서 멋진 나무와 기암괴석을 연달아 만난다. 4월 하순이지만 정상이 가까워지며 전날 내린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다. 산행은 노임이 없는 중노동이다. 눈이 녹아 진흙탕이 된 등산로가 산행을 힘들게 한다. 그래도 높은 산에 사람들이 많다. 일부분이지만 가끔 영봉이 모습을 보여준다.

헬기장에 도착하면 영봉이 아주 가깝게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에 점심 먹는 등산객들이 많다. 요리 잘하는 이상남 회원이 정성껏 준비해온 반찬들을 내놓자 진수성찬으로 차려진다. 금방 몸에서 힘이 불끈 솟을 만큼 꿀맛이다. 이 맛에 늘 산행이 즐겁다.

'악'자가 들어가는 산들은 정상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정상을 300m 남겨두고 나타나는 철계단 오르기가 무척 힘들다. 계단이 많으면 등산하는 내내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악, 악, 악...' 수술한 무릎이 많이 아프지만 참는데 이골이 났다. 산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건네는 인사에 힘이 난다.

정상의 영봉은 높이 150m의 깎아지른 암벽이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영봉에 오르면 충주호와 등뼈처럼 길게 뻗은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위산을 힘겹게 올라온 등산객들을 정상에서 표지석이 맞이한다. 좁은 공간에 서있는데 산의 유래처럼 영봉에 보름달이 앉아있는 모습이다.

하산이 끝날 즈음에 만나는 산신각과 자광사를 둘러본다. 길을 뒤돌아보면 월악산 줄기가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동창교에 내려오니 오후 4시 20분경이다.

충주댐에서 가까운 그린가든으로 갔다. 송어회와 메기매운탕을 안주로 정을 나누다 7시경 청주로 향했다. 출발지인 몽벨서청주점에 저녁 8시 40분경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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