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설명하는 신조어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이 중 하나가 '데카르트 마케팅'이다. 원래는 기술(Technology)과 예술(Art)의 합성어로서 정확한 발음은 테카르트지만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데카르트와 발음이 비슷해 데카르트로 불리고 있다.

데카르트 마케팅은 유명 예술가나 디자이너의 작품을 제품에 적용하여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을 의미한다. 제품을 고를 때 기능 못지않게 예술이 결합된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소비계층인 '아티젠(Artygen: Arty Generation)'이 늘면서 데카르트 마케팅이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이를 두고 명품브랜드에 고급 이미지를 더한 '하이 프레스티지 전략(High Prestige Strategy)'이라 일컫기도 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일상제품에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예술 가치를 느끼게 할 수 있어 전 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내에서 이 같은 방법으로 선보인 가전제품들이 기존 상품보다 10~15% 이상 또는 두 배 정도 비싼 가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시장 확대방안인 셈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우유시리즈를 들 수 있다.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작가들의 유명 작품이 팩에 새겨져 있다.

얼마 전 L전자는 유명예술가의 디자인을 제품에 적용하는 보편적 데카르트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IT 제품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고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색다른 '모니터 디지털 갤러리'를 열었다. 이렇듯 마케팅 전략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또 다른 용어로 '퍼플오션(Purple Ocean)'을 들 수 있는데 그간 널리 회자되었던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의 합성어다. 모든 기업들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인 블루오션을 소망한다. 그러나 그 곳은 위험부담과 비용이 수반된다. 따라서 기존 제품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판매방식을 달리하거나 아니면 각기 다른 기존 제품의 장점을 상호 보완하면서 시장을 개척하게 되는데 이것이 퍼플오션 전략이다. 사례로는 기존 시장에서 인지도와 품질이 검증된 '오렌지 주스' 브랜드를 활용해 '아이스크림'을 출시한다든지 장수제품에 쓰이는 맛의 종류를 다변화하는 등 여러 가지 전략이 구사되고 있다.

상기한 두 용어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발상의 전환이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품 또는 시장에서 독창성을 가미하는 차별화가 특징이다. 현장의 작은 발상에서부터 과학적 발명까지 모두가 창조적 활동이다. 창의성은 발명가나 R&D 종사자 등 특정 유형의 사람에게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타 부서 인력이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획기적인 혁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3M에 입사한 후 흑백TV가 컬러TV로 바뀌는 흐름을 감지하고 컬러복사기를 개발한 고졸출신 TV 수리공 조셉 위스(Joseph Wiese)가 자주 인용된다.

이처럼 다양한 통섭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한 지역거점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가 그 예다. '사람은 예술에 영감을 받아 창의로워지고 그 예술은 기술을 만나 확장된다'는 CEO의 운영철학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이래 '소통과 교감', '행복이 가득한 민화와의 만남'이라는 주제의 서양화, 민화 전시회가 개최되었고, '道(길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공예전시회가 요즘 열리고 있다.

무미건조한 산업과 기술의 현장에 예술이 접목되면서 풍성한 상상력과 영감을 발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능적 가치인 기술과 인간적 가치인 예술이 융합될 때 선진국이 된다'라는 국내 한 산업정책전문가의 주장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인간과 기술의 소통방식을 바꾼 혁명가 애플의 前 CEO 스티브 잡스, 최고의 이야기꾼이면서 기술자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 그리고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산업단지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등은 지식융합시대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문과 과학, 예술에 능했던 통섭형 인물로 세종대왕, 정약용 등이 꼽힌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충북을 창조형 인재육성의 산실과 명품지역으로 이끄는 소중한 자양분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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