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청주시 문화산업단지 부장

어제는 자식된 도리를 못해 눈물을 토했는데, 오늘은 애비의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가슴이 시리고 아프구나. 꽃피는 봄날에 온 가족이 산으로, 들로, 박물관으로, 미술관으로 소풍다니며 햇살처럼 뛰어놀자고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영화관에도 가고, 쇼핑도 하고, 한국의 읍성을 돌면서 이 땅의 아름다운 속살을 온 몸으로 느껴보자며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주말 휴일 할 것 없이 일의 노예로 살아가는 번잡한 일상의 연속이다. 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딸들의 소망과 꿈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고 함께 놀아줄 시간이 있었는지 돌이켜보니 막막하고 부끄러울 뿐이란다.

그렇지만 딸아, 사랑하는 나의 딸들아. 너무 아파하지 말거라.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군가와 맞서 싸워야 할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고, 외로움의 터널을 지나야 할 때도 있으며, 내 생각이나 의지와 달리 고난의 길을 걷기도 한다. 그때마다 자신만의 굳은 의지와 인내와 배려와 사랑으로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죽순이 자라 대나무가 되는 것처럼, 작은 생명이 잉태하면서 비바람과 눈보라의 모진 시간을 이겨낼 때마다 하나의 마디가 생기는 것이며, 그 마디들이 모여 나만의 소중한 삶이 만들어지고 인생이라는 드라마를 쓰는 것이란다.

그러니 딸아, 사랑하는 나의 딸들아. 지금처럼 맑고 깨끗하게만 자라거라. 사랑하고 배려하고 꿈을 꾸며 멋진 신세계를 펼치거라. 아빠는 일과 욕망과 명예와 나만의 이기에 젖어 세상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각다분한 길을 걷고 있지만 너희들은 올곧은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세상의 등불이 되거라. 언제나 맑은 미소를 간직하거라. 그 미소를 친구들과 이웃들과 세상의 모든 생명들과 나누어라. 누군가에게 소중한 그 무엇이 되면 좋겠다.

오월에 피는 나의 꽃들아, 딸들아. 세상엔 아픔을 겪지 않고 피는 꽃이 없고, 성장통 없이 자라는 나무와 열매도 없단다. 성공한 사람들의 뒤안길은 언제나 고단하지만 결코 망설이거나 뒤를 돌아보지 않는단다. 오직 자신의 꿈을 빚기 위해, 자신만의 결과 향과 멋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란다. 인생은 아픔을 겪으며, 그 아픔을 발판으로 더욱 성장하는 법. 그러니 그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온 몸으로 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픔이 있을지라도 많이 아프지 말고 조금만 아프거라.

오월의 햇살들아, 나의 딸들아. 세상을 담을 수 있는 큰 가슴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언어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맑은 눈과, 세상과 함께 미래를 펼칠 수 있는 오달진 꿈을 만들거라.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베푸는 미덕을 실천하거라. 뿌리 깊은 나무처럼, 샘이 깊은 물처럼 푸른 기운과 영롱한 속살을 지니거라. 뿌리 깊은 나무는 그 어떤 폭풍우와 북풍한설 속에서도 강건할 것이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 속에서도 맑은 물줄기를 뿜어낼 것이다. 다만, 모든 생명은 한 곳에 머무르고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인 것처럼 너희들도 끝없이 변화하고 새로움에 도전하거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거라.

꽃들아, 사랑하는 나의 동무들아. 이왕이면 일곱빛깔 무지개가 되거라. 세상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이 되려면 나만의 끼와 끈과 꼴과 꿈과 끝이라는 다섯가지 'ㄲ'이 있어야 한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재능,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과 협력, 아름다운 모습과 행동, 멋진 미래를 설계하고 노력하는 노력, 그리고 한번 마음 먹었으면 마무리 하는 그 순간까지 뒤돌아보지 않고 질주하는 열정을 갖거라. 성공한 사람들의 DNA에는 바로 이러한 정신이 밑거름 되었단다.

그리하여 딸아, 사랑하는 나의 딸들아. 마음껏 희망하라. 오월의 푸른 기운과 드높은 하늘과 맑은 대자연의 정기를 받거라.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가 되면 어떻고, 알퐁스도데의 '별'이 되면 또 어떠한가. 마음껏 희망하고 마음껏 즐기며 마음껏 자신의 인생을 변주하거라. 때로는 방황도 아름답고 아픈만큼 성숙하는 법이니 두려워하지 말거라. 꽃처럼 나비처럼 바람처럼 햇살처럼 맑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거나. 딸아, 사랑하는 나의 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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