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수급·수요예측 엉망 '아이들만 고생'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아동 양육시설의 아동 학대와 어린이집 비리 등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계속 발생해서 국민들의 불안이 크다"며 일부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와 비리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내 어린이집 1살 원생 폭행사건이 발생한지 8일째, 당초 CCTV 분석을 마쳤다는 세종경찰서는 발표 예정이던 15일을 넘기며 추가로 영상들을 분석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세종청사에는 서울 및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약 5500명이 이동했으며 그 중 약 4200명은 이주를 했고 나머지 1300명은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청사 주변에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공무원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입주 초부터 부실공사, 어린이집 부족, 주차시설 문제 등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민원이 쏟아져 시끄러웠다. 공무원 가족들은 그 중에서도 어린이집의 경우는 이런 불미스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예견했다고 얘기한다.

그런 와중에 1살 원생 폭행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청사 공무원들은 둘 이상만 모이면 이 이야기의 뒷담화가 한창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이유 중 한 가지는 안전행정부가 서울에서 내려오지 않아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게 대다수의 생각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사건의 주범은 안행부다"라는 극단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 배경엔 '우리(세종청사 공무원들)를 내려 보내고 안행부가 너무 신경을 안쓰는 데 대한 서운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와 전화통화에서 한 공무원은 "그쪽(안행부)이 세종청사로 내려오지 않으니까 그만큼 신경을 덜 쓴다. 부실공사나 수요예측 오류로 각종 민원이 쏟아졌고, 이번 어린이집 폭행 사건도 예견된 사건이었다"고 주장한다.

취재 중 국토부가 아닌 안행부가 세종청사 건립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첫 입주 3개월 전까지 세종청사의 설계도면에 어린이집은 없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폭행사건이 벌어진 금강어린이집을 외부에 위탁키로 하고 입찰 응모를 하면서 세종·충남·대전으로 응모자 거주지를 제한한 것은 아주 어리석은 결정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입찰 지역을 제한하는 바람에 수도권 등지에서 대규모 시설을 운영해본 업체들이 배제됐고 이에 따라 교사들도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해 사실상 실습생 수준이거나 경험이 일천한 교사들이 대거 들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또 제보자에 따르면 세종청사 입주를 3개월 앞둔 9월과 10월 사이에야 어린이집 공사에 착공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심지어 완공 보름 전 내부 시설을 들여 놓고 일주일 전에야 황급히 인테리어 공사를 마쳤다며 증거가 될만한 사진도 제시했다.

최초 어린이집 수요예측 조사도 잘못돼 학부모들은 "마치 닭장 같다. 그냥 모아만 놓았지 면적이 법적 기준에도 안맞고 아이들이 뛰어 놀 곳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런 결과는 애초부터 공간구성과 수요예측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보낸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중앙청사 관리소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지만 소장이 부임한지 2주일 밖에 안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더 이상의 취재는 의미가 없었다.

15일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노조는 이번 세종청사 금강어린이집 원생 폭행사태에 대해 "더이상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의 조사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금강어린이집 운영자인 충남 공주대학교와의 계약을 즉시 해지하라"며 안행부 장관의 사과와 결단을 촉구했다.

이번 어린이집 폭행사건뿐 아니라 각종 민원과 관련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안행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무원을 지원하는 총무기능을 해야할 안행부가 정작 세종청사에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 잔류하는데 대한 누적된 불만의 표출인 것이다.

뉴시스가 각 부처 공무원들을 상대로 무작위 전화 인터뷰를 한 결과 대다수 공무원들은 이번 어린이집 폭행 사태는 교사수급 애로 등 충분히 예측가능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입찰지역에 제한을 두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빚어진 예견된 사고라고 판단했다. 그 외에도 많은 공무원들이 현재 청사 내에서 벌어지는 주차전쟁, 부실공사 문제 등도 그 심각성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적지 않은 직원들이 안행부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5500여 명의 공무원들이 대거 내려왔는데 몇 명 안되는 관리소직원들이 이들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소홀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중앙청사 관리소장(김영선 소장)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잘 해야죠…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온지 2주일 정도 밖에 안되서…"라는 식의 불명확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되레 " 현장에 한번이라도 와보셨냐"라며 엉뚱한 질문을 하고는 두 차례 취재를 왔었다는 답변을 듣고 머쓱해 하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아동 양육시설의 아동 학대와 어린이집 비리'와 '일부 지역에서 비리 수사에 협조한 보조 교사들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돌리는 행태'등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예방과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렇지만 아직 현장에선 뚜렷한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적발된 비리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에서 엄중하게 처리하고, 개별 부처로 부족하다면 총리실과 감사원 등이 합동 점검을 해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와 같이 관련 부처에서는 좀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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