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보고서-예비 사회적기업 양적 성장의 그림자 <1> 두꺼비친구들사업단, 거름

퇴근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직원들은 사무실을 떠나지 않았다.

예비 사회적기업 인건비 중단과 관련해 하덕천(43·예비 사회적기업 '거름') 대표를 만난 시간은 16일 저녁 무렵.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모처럼의 긴 연휴에 들떠 있을 법도 한데 사무실 분위기는 차분하고 조용했다. 지난달 충청북도가 진행한 일자리창출사업 지속 지원 재심사에서 '거름'의 인건비는 반토막이 났다. 8명을 4명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 정부는 돈이 없다고 했고, 도는 대책이 없다고 했다. 직원들도 저간의 상황은 알고 있었다.

직원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건만 어찌된 까닭인지 대표는 구조조정 대상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날도 하 대표는 인터뷰 장소를 사무실 안쪽 작업실로 옮기고 중간문을 조용히 닫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직원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근심을 차단하겠다는 배려로 해석됐다.

"8명의 인건비를 신청했는데 지난달 재심사에서 4명만 반영됐어요. 직원들도 이미 알고 있을 거예요. 제가 직접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내보내는 것이 (대표로서)무책임한 것 같고, (회사를) 나가면 딱히 갈 곳도 별로 없거든요."

경력단절과 연령제한의 기준이 철저한 취업시장에서 저소득층의 취업은 넘기 힘든 장벽과 같다. 누구보다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인건비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를 미리 듣고 직원들의 일자리를 따로 알아봤어요. 회사를 나가야 하는 4명 중에서 2명은 급여조건도 좋고 기숙사도 있는 거래처로 보냈습니다. 운이 좋았죠. 산남동 두꺼비생태공원 관리를 하던 또 한 분은 '거름'의 모법인 (사)두꺼비친구들에서 끌어안았어요. 문제는 나머지 한 분인데 아직 말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직접적인 언급은 안 했지만 직원들을 불러놓고 "현재 구조로는 도저히 갈 수가 없다"는 고백을 했다. 눈치 빠른 직원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했을 것이다.

"마음이 아파요.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직원은 있는데…. 그 직원은 아마 짐작도 못하고 있을 겁니다. 일자리를 찾아주면 좋은 데 쉽지가 않네요."

빠르면 며칠 후 직원 가운데 한 명은 회사를 떠날 것이다. 그리고 나간 직원의 일감은 고스란히 하 대표의 몫이 될 것이다. 갑자기 중단된 인건비 지원으로 인해 '거름'의 5년 계획은 뒤죽박죽이 됐다.

"인건비를 지원받는 5년 동안의 계획을 수립했어요. 스스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시기를 봐야 하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지원이 끊기니까 종잡을 수가 없게 된 거죠. 목표 매출액의 70% 이상을 달성하면 인건비 지원을 해준다는 기준이 있지만 그런 평가 자체도 의미가 없게 됐습니다."

하덕천 대표는 광역자치단체마다 불고 있는 예비 사회적기업의 양적 육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우스운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인건비를 주는 직접적 지원보다 컨설팅과 판로개척 등 독립에 필요한 간접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사회적 기업에게 인건비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자립을 위해서는 '일감'을 주는 게 더 도움이 됩니다. 사회적기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려면 일감이 꾸준하게 있어야 하거든요."

사회적기업 현장에서는 '먹이를 주기보다 사냥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덕천 대표는 사회적 기업의 특성을 파악해 지원 내용과 평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취약계층을 끌어안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나섰건만, 충북의 예비 사회적기업들은 무더기 인가 뒤에 따라온 무더기 실업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 김정미



→ 예비사회적 기업 '거름'은

지난 2011년 12월 (사)두꺼비친구들의 사업단으로 문을 열었다. 사람위주의 보는 조경을 넘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생태조경을 꿈꾼다. 풀벌레가 울고, 양서류가 살고, 생물종 다양성이 존중되는 도심 내 녹색공간을 만들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도시 열섬화 현상을 막고 도시인의 지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옥상녹화, 벽면녹화, 녹지관리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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