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입니다!…원장도 원감도 없는 어린이집에 아침마다 우는 아이들을 떼어 놓고 나오는 부모의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옮겨보려고 해봤지만 갈 곳은 마땅치 않고 기가 막힙니다"

피해 부모들은 세종청사 금강 어린이집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며 안행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한다.

'금강어린이집 1살 원아 폭행사건'이 발생한지 20여 일이 지난 지금 경찰조사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고 세종시청 사회복지과도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해당 부모들은 답답해 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아동학대신고센터 '굿 네이버스'는 지난 전체 대책회의에서 CCTV를 분석하고 '정서적 학대'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현재 금강어린이집은 원장도 원감도 없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며 무책임한 관리소 측에 불만을 쏟아냈다.

이 부모들은 "조속한 해결을 원하고 있지만 세종청사관리소측은 위탁해지나 변경 등 어떤 결론도 못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설문지를 돌리는 등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정작 학부모들은 책임회피까지 의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부모들은 매일 아침 마중 나오는 선생도 없는 어린이집에 울며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떼놓고 출근한다. 세종청사로 오기 전에는 중앙청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그러나 그렇게 신뢰를 갖고 있던 어린이집이 하루아침에 불신의 대상이 된 것이다.

부모들은 이번에 밝혀진 일부 사실만 떠올려도 마음이 격해진다. CCTV 속 자신의 아이가 선생에게 인계된 후 넓은 방 한가운데서 한 시간 반이나 울면서 방치돼 있거나 선생님들이 낮잠시간이라며 오전 11시40분부터 오후 3시10분까지 무려 3시간 반씩 아이들을 재우는 걸 보면서 이곳에 아이를 맡기는 건 부모로서 할 짓이 못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해당 부모는 "CCTV 속 우리 아이가 깨어났는데도 선생님들 눈치만 보고 일어나지 않고 있더라. 얼마나 긴장했으면…"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CCTV를 확인한 다른 부모들도 "심장이 떨린다…충격적이다"라며 분을 삼키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한결같이 "누가 이곳을 교육 현장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아동학대신고센터가 결론을 내린 것처럼 '정서적 학대'가 벌어진데 대해 새삼 무서움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이 보도한 '아동폭행' 외에 더 심각한 것은 '방치'와 '방임' '방조'이다. 직장 보육 시설인데다 선생님들이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 주셔서 믿고 맡겼는데 아이들이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니 지금 우리 아이가 입은 상처는 도대체 누가 치유해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서울 중앙청사 시절과 비교하며 어린이집 교육 프로그램도 수준 차이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청사 시절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을 통해서 많은 걸 배웠다며 세종청사와 같이 좋은 시설은 아니었지만 믿을만한 분위기와 안정적인 운영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회상했다.

한 아버지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들을 따뜻한 보육이 보장되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싶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우리 어른들이야 여러모로 부족한 (세종시 주변)환경을 참으면 되지만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냐"라며 "최근에는 일부에서 '오히려 공무원 가족들이 까다롭게 군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는데 정말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이번 '세종청사 금강어린이집 원아 폭행' 사건에서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많다. 'CCTV는 왜 공개하지 않는가' 'CCTV는 필름은 왜 일주일치만 존재하나' '최초 세종청사 설계도에 어린이집이 없었다는 부모들의 주장은 사실인가' '아동학대보호기관은 왜 CCTV 분석 결과를 공개하지 않나' '경찰의 수사결과는 왜 늦어지나' '청사측은 왜 공주대학교와의 위탁계약을 유지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가' 등이다.

세종청사 관리소 관계자는 "우리도 최대한 의견 수렴을 하고 있으며 의견이 모아지는대로 바로 조치를 해서 (어린이집 피해)부모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계획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시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여부를 조사 중에 있고, 시는 행정기관으로서 '영유아보호법위반' 혐의로 행정처분을 진행 중에 있다. 현재 임시 원장을 파견했고 도와 드릴 사항이 있는지 매번 확인하고 있다"며 "이미 아동학대신고센터에서는 '정서적 학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을 연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세종청사에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30~40대 인구 비중이 높은 세종시 특성상 영유아 보육시설은 필수지만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청사관리소 측은 앞으로 추가로 지어질 4개의 시설이 이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말하지만 부모들의 입장은 지금, 당장 불편을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세종청사 금강어린이집 일부 학부모들은 국무총리실, 세종시지원단, 안행부, 이해찬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등에 산발적으로 민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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