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정부 부처의 세종청사 이전이 시작된 가운데 공무원들이 느끼는 업무 비효율성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는 취임 이후 세종시에서 진행한 공식 일정이 14%에 그치는 등 고위 공무원들의 잦은 출장으로 인한 업무 대기 시간 증가도 문제로 지적됐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세종청사 이주 공무원들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시대를 열기 위해 추진된 중앙부처 세종시 이전으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공무원 124명 가운데 90.2%가 세종시 이전 이후 행정의 비효율성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세종시 공무원의 78.7%가 월 1회 이상 서울 등으로 출장을 다닌다고 답했고, 주1회 이상 출장을 다닌다고 응답한 공무원도 17.2%나 됐다.

당사자뿐 아니라 상급자, 동료, 하급자 등 본인 업무와 관련 있는 사람들의 출장 빈도 또한 증가했다고 밝힌 응답자도 75.4%에 달했다. 응답자 35.1%는 유관자들의 출장이 주1회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실제 '세종청사 공무원 출장 건수 및 출장비 내역'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출장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9회나 증가했다. 총 출장비와 건당 출장비도 각각 3억원, 1만4000원씩 증가했다.

특히 '장차관 등의 외부출장으로 업무 공백을 느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9.4%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9.8%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2.3%는 상관의 출장으로 결제 대기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12시간 이상 증가한 경우도 66.7%에 달했다.

세종시 이전으로 행정부처 내의 비효율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대국민 소통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응답자의 59.5%는 부처 이전 이후 방문 민원인의 수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세종시 이전 기관 민원접수 경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1517건이던 방문민원접수 건수가 올해 1분기에 997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민원인들이 세종시를 방문하는데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종청사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39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자정부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활용도는 저조했다. 영상회의시스템 또는 스마트워크센터 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1.1%에 그쳤다.

한편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5월 말까지 158회의 공식일정 가운데 22회(14%)만 세종시 일정이었고, 나머지 136회(86%)는 서울 등 수도권 일정이었다. 5월 말을 기준으로 주말을 포함해 95일 가운데 75일을 출장 등의 이유로 서울에서 보냈다. 세종시에서 온전히 일한 날은 6일에 그쳤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정부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정부3.0의 핵심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인데 세종시의 현실은 정부3.0과는 너무도 다르다"며 "세종시 조기 정착과 행정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부가 현실적인 대책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고위관계자들의 잦은 출장에 따른 업무 대기시간 증가 등 행정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위임전결 규정을 손질해 과장 등 실무자들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에 정홍원 국무총리는 "앞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서울에서 민원을 접수하거나 현장을 찾아가는 민원 접수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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