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씨, 단재 시전집 펴내 1900년대 논설 詩 도입 주장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 사학자인 단재 신채호가 17세 때 지은 한시를 비롯해 개화기에 지은 가사와 현토시, 시조, 현대시 등 100편의 시가가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단재문화예술제전추진위원회 초대대표를 지낸 단재연구가 박정규(68) 전 청주대 교수가 '단재 신채호 시전집(詩全集)'을 펴냈다.

박 교수는 1999년 기존에 소개된 단재의 시 27편과 소설 삽입시 11편, 단재의 새로운 시가 15편을 발굴·정리해 53편의 시를 모아 '단재신채호 시집'을 발간한 바 있다. 이후 10여년간 40여편의 시를 찾아내 이번에 '시전집'을 펴내게 됐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신채호가 1900년대 초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의 논설을 전담한 주필인 점에 착안해 그의 정확한 재직기간과 독특한 그의 논설 문체를 통해 논설에 시가를 삽입하거나 논설 전체를 시가 형태로 집필한 것을 찾아 고증을 거쳐 실었다. 단재는 논설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가 형식으로 쓰는 등 논설에 시가를 본격 도입한 거의 유일한 논설기자였다.

애국계몽시가, 몽환적인 소설 '꿈하늘'에 삽입한 시가, 자신의 소회를 읊은 한시, 황제와 황태자의 탄신일과 개국기념일 등을 축하하는 황실축하 시가 등으로 분류했다. 단재는 이들 시를 순한글, 현토문, 순한문 등으로 썼는데 편역자인 박 전 교수는 당시의 사용 문체로 발표된 시가를 현대말로 옮겨 실었다. 원문도 함께 수록했다.

박정규 전 교수는 "우리나라 근대시의 선구자로 최남선, 이광수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보다 앞에 세워야 하는 시인이 신채호"라며 "전통시와 현대시를 나누는 신체시의 효시로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를 꼽지만, 훨씬 이전에 단재는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논설에 적지 않은 시가를 발표했다"며 신채호를 현대 자유시의 시발점으로 보았다. 또 "단재의 초장기 시가는 개화기 자유시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김미정


한나라 생각

신채호

나는 네 사랑
너는 내 사랑
두 사랑 사이
칼로서 베면
고우나 고운
핏 덩어리가
줄줄줄 흘러
내려 오리니
한 주먹 덤썩
그 피를 쥐어
한 나라 땅에
고루 뿌리자
떨어지는 곳마다
꽃이 피어서
봄맞이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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