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일본에는 와타나베 부인이 있다. 미국에는 스미스 부인, 유럽에는 소피아 부인이 있다. 이들은 자국내의 낮은 금리와 환율 하락을 피해 외국의 높은 금리와 환차익을 노리며 투자하는 중·상류층 주부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중에서 와타나베 부인은 유명하다. 우선 투자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와타나베 부인이 한 해 동안 사고 판 외환규모가 도쿄외환시장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의 투자규모가 수십 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와타나베 부인 탄생 배경은 1990년대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저성장·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본 주부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시작되었다. 와타나베 부인이 주로 사용하는 투자 방식은 개인외환거래(FX) 마진거래이다.

FX 마진거래는 우리나라에도 2005년에 도입되었는데, 일정액의 증거금을 국내 금융투자회사나 선물회사에 맡겨놓고 두 종류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 파는 방식의 외환선물거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일본 엔화가 떨어지고 달러화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화를 매수하는 방식이다.

또한 와타나베 부인은 금리가 낮은 일본의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의 통화나 자산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방식의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은 환투자를 주로 하지만, 해외 채권, 해외 주식, 해외 리츠 등 투자대상도 다양하다.

따라서 이들 자금의 이동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핫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이동에 따라 자산 시장이 출렁거릴 정도이며, 외화 유출입이 큰 변동이 있을 때마다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과 같은 투자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가? 현재로서는 상당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IMF에서 예측한 금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8%인데, 이것은 세계 전체 경제성장률 3.3%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금리도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정기금리는 2%대에 머무르고 있다. 소위 2%대 성장과 2%대 금리라는 2-2 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시중의 자금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급기야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도 1분기 기관투자가의 외화증권 투자 동향에 따르면, 주요 기관투자가의 해외증권 투자 잔액은 692억 달러로, 3분기 연속 증가하며 2009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증권예탁원에 따르면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 확대로 거주자의 외화증권 결제금액도 작년 4분기 대비해 40% 증가했다.

일본에는 와타나베 부인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김여사가 있다. 이제 김여사가 나설 때다. 우리나라 부인들의 전문가적 기질과 열정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부동산 투자에서 보여준 복부인들의 위력, 교육분야에서 보여준 대치동 아줌마들의 활약은 그 시대를 리드하는 큰 흐름이 되었다. 이제 금융시장에서는 김여사가 활약을 보여줄 때다.

그렇다고 FX마진거래와 같이 레버리지가 큰 상품을 덥석 거래하라는 것은 아니다. 김여사가 제대로 활약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나라도 아니고 복잡한 해외금융시장에 데뷔하는 만큼 그에 맞는 실력과 리스크관리 능력을 먼저 키워야 한다.

세계 금융시장은 단일화·통합화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안방에 앉아 24시간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고, 세계 주요 시장의 해외파생상품을 사고 팔 수 있고, 우량한 해외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낮에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KOSPI200선물을 매매하고, 밤에는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똑 같은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투자처와 투자대상은 다양하다. 세계적인 금융의 트렌드가 바뀌고, 국내 금융시장 여건이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마당에 다양한 투자수단을 통해 재산증식을 도모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여사의 탄생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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