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본점 부장

금융시장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수 많은 변수들이 반영되어 일정한 지표를 형성하고, 똑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맞부딪히며 시세가 만들어 진다. 작은 변화를 보면 별 흐름이 없는 것 같지만 어느 정도 기간을 놓고 보면 일정한 방향성을 갖는 데, 이를 추세라고 한다. 그리고 추세의 전환에는 누적된 원인이 있고, 징후가 있고 사건이 있다. 아마 최근 수십 년 간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사건이자 추세 전환은 1997년 IMF 외환위기일 것이다.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IMF 외환위기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닥을 모르는 주가 폭락, 급격한 환율 상승, 그리고 부동산 가격 대폭락 앞에 모두들 어리둥절하였다. 최근에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심한 요동을 겪었고, 어쩌면 현재도 그것의 연장선상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태로 인해 세계 최강국 미국은 자존심을 구겼으며, 중앙은행을 동원하여 엄청난 돈을 푸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를 보면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버블형성 과정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결국 견디지 못한 버블이 폭발하며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거품은 그에 비례하여 반대급부인 빚잔치와 추락의 대가를 치뤄야한다. 그리고 이런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 일부 선각자들은 끊임없이 위기를 경고하지만, 절대 다수의 목소리에 함몰되어 버리고 만다. 그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때는 이미 위기가 폭발한 시점이 대부분이다. 위기가 발생하고 지난 일을 돌이켜 보며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너무도 쉽다. 문제는 미래다.

그런데 지금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보아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는 변곡점에 서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우선,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해결책으로 제시하였던 양적완화정책(중앙은행을 동원하여 통화를 늘리는 것)이 축소되리라는 움직임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실물 경제에 바탕을 두지 않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양적완화정책은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언제든지 축소해야 되는 필연성을 갖고 있다. 양적완화정책 축소는 그 동안 수년 간에 걸쳐 진행되어온 추세, 즉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어 일정 부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과 상당히 다른 국면을 연출하기에 충분하다. 한마디로 이것은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 방아쇠(Trigger)가 되고도 남는 사안이다. 뒤늦게 적극적인 양적완화정책에 동참하였던 일본은 미국의 양적완화정책 축소 우려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지난 5.23일 일본증시는 13년 만의 최대폭인 7.3% 대폭락을 하였다. 아베 총리가 추진한 엔화약세정책도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렇게 큰 변화를 보일 때는 시장이 큰 혼란을 겪으며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게 된다. 변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는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지표와 코스피 변동성(VKOSPI) 지표가 있다. CDS 프레미엄 지표는 부도가 발생할 위험에 대한 가격이고 VKOSPI지표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이들 지표는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눈여겨 봐야할 대표적인 지표이다. 추세가 완만하게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이 될 때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변동성이 커지고 변화의 조짐이 보일 때는 촉(觸)을 바짝 세워야 한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어떤 위기가 닥치거나 큰 변화가 일어날 때가 되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지진이 감지되었을 때 쥐들이 사라지고 개와 고양이가 소란을 피우고 새가 둥지를 떠난다고 한다. 촉이란 한자를 보면 뿔각(角)과 나비 애벌레 촉(蜀)으로 이루어져 있다. 몸으로 직접 느껴 동물처럼 직감한다는 것이다. 곤충의 더듬이나 하등동물의 촉수를 '촉'으로 줄여 부르기도 하고, 촉감(觸感)을 말할 때도 이 단어를 쓴다. 지금은 동물처럼 촉을 세울 때다. 그냥 관찰자의 입장에서 영화감상 하듯이 금융시장을 바라 본다면 아무런 변화도 느낄 수 없고 느낌도 없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에 앉아있는 개구리처럼 변화를 느끼지 못하다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누구도 금융시장이나 경제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단지 그 동안의 경험적인 데이터와 직감에 빗대어 현재를 해석할 뿐이다. 그렇지만 몇 년 간에 걸쳐 누적된 자산가격 상승과 최근의 변동성 확대, 그리고 주목할 만한 정책이 변화될 조짐이 있다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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