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인 잇단 책 출간

최근 영동 출신 시인 유진택씨가 신작을 출간했다. 충북숲속아동문학회는 동시·동화·동극을 엮어 서른번째 회보를 내놓았다.

▶유진택 시집 '달콤한 세월'= 유진택 시인은 네 번째 시집 '달콤한 세월'에서 시인이 살아온 지난 세월동안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진솔한 시어로 표현했다. 삶의 깊은 성찰과 애정이 엿보인다.

모두 5부 67편 시를 담았으며, '금낭화', '봉숭아', '감자 싹이 틀 때', '햇볕담요', '파꽃이 피면', '층층이꽃', '달빛잔치'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시가 눈에 띈다.

저자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중독에 취해 허우적거렸던 나날들, 홀로 가는 길이 가시밭길인줄 알면서도 평생을 시의 맛에 길들여져 살았다. 갈수록 창작은 버겁고 두렵지만 보석을 깎듯 시를 무두질해 세상에 내놓는 기분만은 즐겁다"고 밝혔다.

유진택씨는 1993년 '문학세계'와 '농민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직도 낯선 길가에 서성이다', '날다람쥐가 찾는 달빛', '환한 꽃의 상처'가 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대전충남작가회의 회원, 시심문학회 회원, 무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충북숲속아동문학 '새끼 두꺼비들의 합창'= 1983년 창립한 '충북숲속아동문학회'는 30번째 회보 '새끼 두꺼비들의 합창'을 발간했다. 84년 제1집 '해를 굴리는 아이들'을 발간한뒤 30년간 매년 회보를 발간해 오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발간특집물 4꼭지와 함께, 회원 11명의 동시, 동화, 동극 등 36편을 소개했다. 회원으로는 김갑제·김형식·박길순·박병숙·이성숙·정순채·송기욱·진영옥·한만영·이영두 등 10명이 참여했다.

이번 30집 발간특집에서는 이영두 충북숲속아동문학회장이 30년의 발자취를 정리했고, 김형식 회원이 故 권오순 시인의 동심세계를 분석했다.

김 회원은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로 시작하는 권오순 시인의 '구슬비' 시 등 11편을 분석하면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려 어린이들이 쉽게 익히는 시를 쓰고자 했다고 권 시인을 평했다.

박길순 회원은 '충북숲속아동문학회 발전방향'코너에서 "아동문학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어린이의 여러가지 환경, 가정, 학교, 사회의 끝없는 변화와 문제, 생각, 감정, 놀이문화 등을 어른과 다른 특별한 세계를 문학적 글로 표현한 것"이라며 "아동문학이 사람들의 삶에 반려자가 되어왔는지, 앞으로 어떤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김미정 mjkim@jbnews.com



늙은 손

- 유진택

힘 빠진 손으로 할머니가 감을 깎는다
허리 꼬부라진 반백의 몸으로도
손가락은 칼날처럼 예리하다
한평생 헤쳐온 할머니의 고생길처럼
길게 벗겨진 껍질이 구불구불 풀어진다
할머니는 속살 말간 알몸에 노끈을 단다
처마에 걸린 알몸들이 붉게 타오른다
곶감을 꽃으로 착각한 것일까
벌들이 단내에 꼬여 앵앵거린다
곶감은 이제부터 지겨운 세월 인내로 견딜 것이다
땡볕에 시달려 쭈글쭈글해진 몸을
단물로 채우기 위해
할머니는 틈만 나면 발효의 시간에 주문을 걸 것이다
꼬들꼬들하게 말라가는 곶감에선
손때 묻은 냄새가 난다
곶감도 주름투성이 늙은 손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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