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기자단 - 가을하늘처럼] 압축성장 등 급격한 사회변화 '갈등' 불러

문화현상은 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겉으로 표출된 집단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2002년 말 외국 라이선스계열 여성 잡지 등의 소개로 '웰빙' 개념이 언급된 후 '삶의 질'을 강조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사회적 출세나 개인적 명예, 혹은 무한경쟁사회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현대인의 피로감에 폭발력은 더했고 건강한 신체와 정신적 만족을 균형있게 유지하는 행복한 삶의 기준으로 우리 사회에 안착했다.

일부 상업성과 결합, 비싼 유기농 음식만을 선호하거나 요가나 스파 등 건강과 미용의 집착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웰빙문화'는 물질적 가치가 아닌 정신적 풍요로움을 추구하며 고도화된 첨단문명보다는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정신적 안락과 만족에 가치를 둔 문화적인 삶의 형식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병든사회, 병든 사람들로 가득찼다.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조맹제 교수의 '2011년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 1년사이에 한번이라도 정신장애를 잃은 대상은 전국민의 16%인 총 577만명으로 조사됐다.

정신장애는 2006년 11%에 비해 34.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파는 서점에서도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 2012년 12월에 출간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200만부에 달하는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힐링' 열풍이 출판업계의 트랜드로 급부상했다.

2012년에는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여기에 발맞춰 방송계에는 위로와 치유를 주제로 '힐링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트라우마 한국사회'란 책에서 '웰빙열풍'의 퇴조와 '힐링열풍'의 급부상 원인을 한국정치변화에서 찾고 있다.

웰빙열풍은 한국인의 공동체적 목표에서 개인적인 안락과 성공으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회현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연속집권으로 민주화가 달성되었음에도 경제적 생존의 문제가 악화되어 그에 대한 반동으로 '부자되기', '성공' 등 개인적 안락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발전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 대선을 겪으면서 이념적·세대갈등, 진보와 보수의 갈등 등의 표출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낳고 이는 내면의 상처를 강화시켜 전 국민이 치유받고 위로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1970년대 청년기를 보낸 세대는 반유신투쟁의 실패와 좌절, 저항과 반항심의 분풀로 좌절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 80년 민주화 세대는 집단주의와 공동체주의, 진보이념에 기초한 이상사회 추구 등 저항정신과 비판정신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했다.

신자유주의 물결과 외국여행 자유화 등 세계화에 편승한 90년대는 문화적 소비의 주체로 등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펙쌓기, 개인적 야망 추구에 몰입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개인주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빈면 공포세대로 불리는 2000년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는 승자독식 경쟁, 취업학원으로 변질된 대학 등 세상에 대한 공포와 무력감, 대인불신감 및 자기 혐오감에 상처받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세대별 트라우마를 분석해 이를 극복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진단의 근거는 일제식민지와 미군정, 한국전쟁, 군부독재, 압축성장 등 비교적 짧은 시기에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으면서 순응과정에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박에 없던 갈등이 내재되어 현재 발현된다고 보고 있다.

민주화가 실현되었음에도 국가 폭력이 상존하고 국민은 시국선언과 촛불을 드는 모순의 사회, 사교육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청년들, 위로받기보다 상처를 쓸어안고 '셀프치유'를 해야하는 트라우마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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