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 '행복', '힐링'이란 단어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관련 책도 많이 나오고 방송 소재로도 심심치 않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단어를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 사회가 행복하지 않은가라고 반문을 하게 된다.

행복이란 단어가 다분히 주관적이어서 누가 주어 준다고 하여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우리나라는 얼마나 행복한 나라인가? 2013년에 OECD가 발표한 행복지수(BLI, Better Life Index)를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36개 국가 중에서 하위권인 27위를 차지하였다.

주로 점수가 낮은 분야를 살펴보니 환경, 일과 생활의 균형, 건강, 삶의 만족도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하였다. 모두 11개 항목을 조사한다고 하는데, 낮은 점수를 받은 분야는 평소에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OECD 진입 기준은 경제력이 많이 좌우하겠지만, 경제력이 행복과 정비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경제발전과 행복의 관계를 잘 설명한 것으로 1974년에 발표한 이스털린 역설(Easterlin's Paradox)이 있다.

행복은 일정 수준까지는 부가 증가하면 따라서 증대되지만,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행복은 부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위 행복도 행복체감법칙이 작용하는 것이다. 또, 국가 간에는 부와 행복이 상관관계가 없다고 얘기한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가 반드시 행복한 나라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가 행복을 어느 정도 가져다 주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행복은 경제적인 요인 외에도 비경제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행복을 느끼려면 경제적인 것과 함께 비경제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의 증진에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가치관이 많은 영향을 준다. 언제가 한 동안 많이 거론되었던 여러 나라의 중산층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것이 전부인 반면에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는 비경제적인 기준을 가지고 중산층을 판단한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는 아파트 평수가 얼마이어야 되고 차가 몇CC인가 등을 따지는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페어플레이를 하는 지, 약자를 돕는 지, 봉사활동을 하는 지 등의 기준이 있다. 그 나라가 추구하는 분위기의 차이가 많이 느껴진다.

또, 행복의 문제는 상대적 행복도 무시할 수 없다. 즉,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느끼는 행복이 크게 작용한다. 우리나라 국민 소득은 크게 높아졌으나 행복이 떨어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상대적 행복의 저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지나친 경쟁심을 유발하고 승자독식의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사실 다른 사람은 하릴없이 상대방 평가에만 몰두하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감과 불만족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과 외형적인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해결점을 찾으려 한다. 또한, 약자에 대한 배려와 경쟁에서 진 사람들에 대한 온화한 시선도 필요하다. 어느 사회에나 승리자가 있으면 패배자가 있다. 승리자는 소수인 반면 패배하는 사람은 다수이다. 승자가 다수의 패배자를 포용할 때 사회는 건강해진다. 이런 점에서 지나친 경제의 양극화도 분명 해결해야 되는 과제이다. 우리 사회는 행복을 많이 얘기하고 모두들 목표라고 하지만, 정작 행복하려는 방법을 찾고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상당히 부족하다. 돈을 모으기 위해 재테크 강연을 듣고 책을 탐독하고 실제로 투자를 해 보는 것과 같이, 행복을 위해서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탐색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아야 된다. 개인 간의 대화에서도 교육이나 재테크 얘기는 있을지언정 어떻게 하면 행복한가에 대한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전 사회적으로 행복에 대한 얘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양하게 나누고 공유해야 된다.

경제활동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 경제가 지상과제가 되어버렸다. 행복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경제외적인 요인이 함께 충족되지 않으면 행복은 증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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