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개는 늑대에서 진화됐다고 알려져 있다. 개가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때는 1만 2천년에서 1만 4천년 전이라 한다. 어떻게 늑대가 길들여졌을까? 늑대가 인간의 음식쓰레기를 뒤지다가 점차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설과 인간이 늑대 새끼를 데려다 키우면서 온순한 늑대만을 선택했다는 설이 존재하고 있다.

개는 현재 400 종류가 넘는다. 900g에 5cm의 치와와가 90cm의 그레이트데인과 68㎏인 세인트버나드와 교미해도 새끼를 낳을 수 있다. 2억 2천만개의 후각세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44배다. 미국에선 개 후각을 이용해 폐암과 유방암을 식별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개는 주로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물을 먹기 때문에 연간 2천100억 원의 음식물 처리비용을 절감시켜 준다.

요즘 개고기 식용 합법화를 놓고 논란이일고 있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역마다 이름난 개고기 집이 있다. 이런 식당은 삼복 날은 물론 사시사철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한다.

이렇게 잘 먹고 있는데 뭔 합법화고, 또 합법화 반대인가? 아주 예로부터 개고기를 즐겨 먹어왔는데 그냥 계속 먹지 뭘 합법화하고, 먹지 말자는 헛소리인가 말이다. 현재 개를 도축해 사고팔면 불법도 합법도 아니다. 어정쩡한 처지다. 이런 차제에 합법화하던지 아니면 아예 개고기 식용을 근절하자는 주장이다.

왜 개고기를 즐겨 먹나? 뭐 별 이유 있겠나? 입맛이 당기니까 먹는 거지. 사실 맛이 다른 고기에 못지않다는 것을 거부할 자 있겠는가? 먹어본 자만이 알 수 있다. 난 즐겨 먹지는 않지만 거절하지는 않는다. 단, 머리 싸매고 찾아 먹진 않는다.

왜 개고기 식용을 반대할까? 크게 동물보호와 사후세계의 믿음 때문이 아닐까? 개고기 식용 반대론자들은 돼지, 닭 등은 잘 먹으면서 유독 개만은 안 된다고 한다. 개가 그냥 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식용견과 애완견을 구분하자고 하지만 이 역시 반대다. 명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교적 이유는 이렇다. 윤회설에 따르면 사후 축생(畜生)의 심판을 받을 경우 대부분 개로 환생한다.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길거리에서 한 사람이 개를 학대하자, '죽은 친구, 아비데스가 환생한 영혼'이라며 학대를 만류했다. 이럴진대 감히 개를 먹겠는가? 잘 못 먹었다간 조상 또는 친구들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인류가 선사시대부터 개를 먹어왔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처음으로 인간과 함께 한 울타리 안에서 산 동물이 바로 개다. 최초의 가축이다. 물론 개가 가축인 된 이유는 식용보다 운송과 사냥, 집 보호 등의 사용 도구였다. 허나 가축인 만큼 보다 쉽게 먹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는 한자를 보면 더욱 확실하다. 집을 뜻하는 최초의 한자(중국)어는 '가(? +犬)' 이었다. 원래 이 '가'는 갑자기 '돌(突 )'에서 진화됐다, 이 '돌'은 동굴 '혈(穴)'에서 사는 '개(犬)'를 형상화한 글자다. 개는 동굴에서 벗어나 인간과 함께 살며 도구용이나 먹거리용으로 헌신하는 대신 먹잇감을 찾아야하는 수고를 덜게 됐다.

토사구팽(兎死狗烹).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시대 월(越)나라 재상 범려의 말에서 유래된 고사성어지만 여하튼 개고기 먹기가 그 만큼 쉽고 빈번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 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혹하게 버린다는 뜻을 비유할 때 개가 주인공이 된 것은 그 만큼 당시에 개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개가 슬프다. 인간들에게 잡혀 먹기 때문이 아니다. 최초 가축이면서도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가 빠져 '개고기'란 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천년의 개고기 식문화는 변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규제하면 할수록 음성화되어 비위생적 처리나 동물학대 등을 부추길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떳떳하게 가축의 지위를 다시 찾고 분명한 이름을 가지고 인간들에게 육보시하고 싶다는 것이 개들의 작은 소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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