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김수갑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홈페이지에 투신하겠다는 사실을 예고하고, 한강에 투신한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결과적으로는 큰 충격이고, 인간의 생명, 나아가 생명권에 대하여 우리로 하여금 진지한 고민을 하게끔 만든 사건이라 하겠다.

성대표는 지난 25일 남성연대 홈페이지에서 남성인권운동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남성연대 부채해결을 위해 1억원만 빌려달라"며 한강에서 투신하겠다는 퍼포먼스를 예고한 뒤, 실제 26일 한강에 투신한 것이다. 실종상태로 있었는데, 29일 서강대교 남단에서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성대표가 실제로 자살을 할 의도가 있었는지, 단순한 퍼포먼스 행사만을 의도했었지는 현재로서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본인의 퍼포먼스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일이 잘못됐을 경우에 후임자에 대한 이야기도 했던 점에서 성대표도 이번 퍼포먼스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강투신이 충분히 사망의 예측 가능성이 있는 행동이라는 점은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생명보호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로서는 좀 더 신중하게 대처를 했어야 했다. 어떤 학자는 10대 청소년이 그런 예고를 했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대처를 했어야 하는데, 성대표처럼 40대에 지명도도 있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올린 글에 대해서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여 줬어야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건 퍼포먼스고, 헤엄쳐서 나와서 불고기 파티를 하겠다"는 본인의 말이 있었고, 실제로 위험을 인지한 경찰이 사전방문을 했을 때도 성대표는 자살이 아니라는 점을 강변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이러한 점이 경찰이 이후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의 투신 현장을 목격하고 현장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게재한 김모씨에 따르면, 투신 현장 근처에는 그를 포함해 4명밖에 없었으며, 세 대의 카메라가 주변에 있고 성 대표가 뭔가 성명같은 것을 발표할 것이라 생각해 사진을 찍은 것인데, 난간을 넘어 얼마 지나지 않아 성 대표가 곧바로 투신했다고 한다. 김 씨는 성 대표가 구조되지 못한 것을 보면서 그 또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현장에 있었던 남성연대 사람들과 KBS 촬영기자에 대한 '자살방조' 논란도 뜨거우며, 취재의 보도윤리 문제를 한 외국 언론이 거론하는 등 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자살방조죄는 상대방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견이 있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사망함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법리로 볼 때 현행법 하에서는 적용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도의적 의무위반을 처벌하는 소위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 없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방관을 처벌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사회에서 만연되고 있는 자살의 문제, 생명경시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듯 자살은 우리사회에서 문제해결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OECD 국가 중 8년째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자살방지에 대한 시급한 국가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도 자살예방센터와 긴급전화가 설치되고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통한 자살 위험자의 조기 발견방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좀 더 강력한 입법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퍼포먼스는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되고,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방지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 실정법상의 자살방지법의 운영과 더불어 생명존중운동, 행복지수 높이기 운동 등을 통해 저변에 깔려 있는 우리들의 의식을 바꾸는 면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자기가 태어난 이유와 인생의 목적을 분명히 아는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 '감사하는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는 다분히 성경적인 자살방지법도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번 슬픈 사건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판례에도 나타나고 있듯이 "생명은 한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고 이 세상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존재이며, 한 사람의 생명은 고귀하고 전지구보다도 무겁고 또 귀중하고 엄숙한 것이며 존엄한 인간존재의 근원"이라는 점을 국민 모두와 정책집행자가 분명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며, 성대표가 제기한 남성인권 문제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