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생 3.5m 자라…2차 접목 7그루는 모두 고사

▲ 태풍에 쓰러져 1년간 땅바닥에 누워 신음하는 괴산 왕소나무(천연기념물 290호)의 후계목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마승근(오른쪽)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장과 한주환 시험연구팀장이 청원군 미원면 미동산수목원 뒤 산기슭에서 왕소나무 후계목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태풍에 쓰러져 1년간 땅바닥에 누워 신음하는 '괴산 왕소나무(천연기념물 290호)'의 혈통을 이어받은 '후계목'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연구소가 2004년 3월 청원군 미원면 미동산수목원 뒤편 산기슭에 심은 왕소나무 후계목이 3.5m 크기로 자라났다.

이 소나무는 연구소가 '정2품송(천연기념물 103호) 보존사업'을 진행할 당시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왕소나무의 가지를 꺾어 건강한 나무에 접붙인 10그루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다.

왕소나무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는 점은 무려 9년6개월이나 베일에 가려졌다. 언론과 수목전문가들의 시선이 온통 정이품송 후계목에 쏠려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관심이 정이품송과 정이품송 후계목에 가 있는 동안 왕소나무 후계목은 어른 키 두 배로 성장했고, 수형(樹形)도 제법 의젓한 청년을 닮아가고 있다.

▲ 태풍에 쓰러져 1년간 땅바닥에 누워 신음하는 괴산 왕소나무(천연기념물 290호)의 후계목이 청원군 미원면 미동산수목원 뒤편 산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마승근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장이 왕소나무 후계목의 접목 부위를 가리키고 있다. 색깔에 변화가 있는 곳이 접합부위다.


연구소가 관리를 위해 이 나무에 붙여준 식물분류번호는 13295다. 정2품송의 어머니 정부인 소나무의 고유번호 13294 다음이다.

연구소의 한주환 시험연구팀장은 "왕소나무의 DNA를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2세목'이 아닌 '후계목'이라고 해야 맞다"며 "후계목 지위(천연기념물)를 누리진 못하겠지만 왕소나무의 생명을 이어가는 소중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승근 연구소장은 "9년전만 해도 왕소나무가 쓰러질 것이라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데 정2품송 후계목을 만드는 과정에서 왕소나무 후계목까지 탄생하게 된 것"이라며 "현재로선 이 소나무가 왕소나무의 '환생'을 실현할 유일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소가 지난 3월 19일 실시했던 '2차 왕소나무 접목'은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연구소는 왕소나무의 살아 있는 가지 10개를 꺾어 건강한 소나무 10그루에 접붙였는데, 여름이 시작된 6월만 해도 7개 가지에서 붉은색 새순이 돋아나 후계목 여러 그루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7∼8월 고온다습한 기후를 넘기지 못하고 최근 모두 죽고 말았다.

▲ 21일 휴일을 맞아 인근에 물놀이하러 온 피서객들이 지난해 8월 태풍으로 쓰러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2리 왕소나무를 둘러보고 있다.


600년간 삼송리의 수호신 역할을 한 '신목(神木)' 왕소나무(높이 12.5m, 둘레 4.7m)는 용송(龍松)'이라 불릴 정도로 웅장한 자태를 뽐냈으나 1년전 태풍 볼라벤이 몰고 온 강풍에 쓰러져 뿌리까지 뽑히는 수난을 당했다.

내로라하는 수목전문가들이 사력을 다해 소생치료를 했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왕소나무의 회생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화재청과 괴산군은 조만간 문화재 자문회의를 열고 왕소나무의 생사를 결정한다.

연구소는 내년 봄부터 후계목을 더 육성하기 위해 이 후계목의 가지를 건강한 소나무에 접목하고, 후계목을 왕소나무가 쓰러져 있는 현장 근처에 심을지도 관계기관과 협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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