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김재식

올 여름 친한 친구가 담임목사로 시무하는 서울 세현성결교회 초등부 캠프가 우리 교회에서 열렸다. 5년 전 세현교회 성도들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에어컨도 없는 성전에서 아웃리치 행사를 치르느라 많이 고생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런 고생을 익히 알고 있었던 친구 목사와 초등부 관계자는 불편할 것을 예상하고도 올해 또 내가 시무하는 교회를 초등부 캠프장소로 선택해 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세현교회 초등부 캠프를 몇 주 앞두고 전기승압과 아울러 에어컨을 설치하는 기쁜 일이 잇따랐고, 여러가지 축복과 함께 하나님의 은혜속에 세현교회 초등부 캠프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나눔과 섬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캠프이기에 고마움이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있고, 특히 너무도 감사한 것은 지역주민들의 협조였다.

세현교회 초등부 캠프가 잘 마무리된 후 지인으로부터 특강 요청을 있어 옥천에 있는 한 수련원으로 향했다. 매미의 힘찬 울부짖음 속에서 눈에 들어온 수련원의 멋진 산세와 수려한 경치가 마음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산책길에 거친 암석을 품고, 돌 틈에 둥지를 튼 작은 나무들이 공존의 미학을 일깨워주었고, 향긋하고 진한 풀내음이 산같은 높이로 평온한 심상을 끌어올렸다.

숲속에서의 호젓한 안심(安心)은 세월을 함께 할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좋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고 그들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포근한 마음을 안겨주었다. 문득 마가복음 2장 2절 말씀이 떠올라 묵상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문 앞까지도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되었는데 예수께서 그들에게 도(道)를 말씀하시더니" 라는 말씀에서 도(道)는 로고스 즉 복음(福音)의 말씀을 말하는 데, 삶을 살아가면서 주님의 뜻을 이루며 주님 안에서 사람의 도리(道理)를 다하는 것이 복음에 합당한 삶이다. 외롭고 쓸쓸한 외길을 걸어가며 누리는 장인정신에는 독창성을 간직한 채 걸어가는 고집스러움이 묻어난다. 영성과 인성을 닦고 훈련하는 길에서 훈계를 들으며 정담도 나누고 상담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절친한 친구같은 인생길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고집스러움이 묻어있는 외길에는 많은 잠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외길은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두 갈래 길과는 다른 협착한 외길에서 만나는 잠언들은 꿀보다 더 단 법이다. 누구나 걸어갈 수 있고 또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위험요소는 적어지고 승부근성이 힘을 잃지만 목자처럼 위험한 산악지대의 좋은 푸른 풀밭을 찾아 앞서 떠나면 양들은 목자의 음성과 모습을 듣고 바라보며 따라가기 때문에 모험정신이 나타나게 된다는 일련의 아침 묵상은 복음의 온전함을 바라보게 하였다.

누군가 산책길 주변에 자라난 씀바귀를 뜯어 아침식탁에 올려놓았다. 달콤 쌉쌀한 맛과 향이 있는 씀바귀는 그날 나에게 최고의 식단중 하나가 되었고, 마치 목자 되신 예수님께서 나의 인생길에 건네주신 푸른 풀밭의 먹을거리가 되었다. 쓰디쓴 훈계는 나약한 심령을 굳세게 하는 양약이 되게 한다. 잠언 1장 7절 말씀에서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 하느니라" 고 말씀한다. 늘 하나님을 향해 있는 마음은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여 하나님을 바르게 섬길 수 있게 한다. 올바른 가르침으로 인한 바른 사랑과 섬김이 인생여정에서 우선해야하는 삶의 방식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하나님의 쓰디쓴 훈계를 달게 받게 하여 정도(正道)를 걸어가게 하는 것이다. 훌륭한 인생스승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듯이 스스로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는 참된 스승이 되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배우고 익힌 다양한 영성과 주님안의 생활방식의 훈련들이 복음과 잠언으로 늘 사람들의 곁에 남았으면 좋겠다. / 저산교회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