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최근 각국의 엇갈린 경제전망들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달 초 6일, 기획재정부가 우리 경제의 회복 조짐을 밝힌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아직 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향후 중국 경제의 향배를 놓고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팽팽하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데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거대한 감속'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7월 발표된 경제지표(산업생산, 수출액)의 호조에 이어 HSBC가 집계하는 8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50.1을 기록하면서 경기반등론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발표된 주택 지표는 반등에 성공했으나 소비 지표는 예상 밖으로 급락했다. 경제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확장세는 약하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향후 수년간 2.2~2.8%의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가 완전히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분간 시장은 엇갈리는 경제지표 결과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에 따라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외부 변동에 여전히 취약한 우리나라 경제는 경기회복을 위한 확실한 대안을 찾아야할 시점이다.

긍정적인 것은 유럽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 PMI 역시 7월 50.5에서 8월 51.7로 오르며 2011년 6월 이후 2년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된 유로존 GDP 성장률은 0.3%로 시장 기대치인 0.2%를 넘어섰다. 이는 7분기 만에 첫 플러스 기록이다.

유럽의 경기 회복 추세는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국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먼저 대외수요가 증가하는 직접효과와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경제 회복에 따른 간접효과가 그것이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유럽 내수 회복으로 GDP가 1%포인트 오를 때 유럽 외 GDP는 향후 1년 동안 0.7%포인트 증가하는 연쇄효과가 발생한다. 발 빠른 투자자들의 눈은 이미 유럽을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주목해야할 시장이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이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와 불가리아가 관심을 끈다. 러시아는 한 때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일컬어지며 부상하는 신흥국으로 분류되었다. 2008년 리먼 쇼크로 큰 폭의 경기후퇴에 빠진 이후 지금은 전과 같이 강한 기세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경제성장률 4%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강한 러시아 부활'을 내걸고 지난해 5월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의 경제동맹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추진 중이다. 성사된다면 유럽연합(EU)과 맞먹는 규모가 된다. 그간 외국기업 투자유치에 부적합했던 환경을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원이나 인재는 풍부하지만 이들을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시키지 못했던 약점을 민간부문 성장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한편 불가리아 경제는 2007년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후 지속적인 EU기금 지원에 의해 다방면에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타 동유럽 시장과 비교할 때 생산거점으로서 소프트 인프라는 미흡하나 저임금 노동력이 매력적이며 중산층 확대와 신흥국형 고령화 소비패턴이 주요 특징이다. KOTRA 소피아무역관은 금년도에 한-EU 자유무역협정 수혜 품목과 가격대비 품질 경쟁력을 갖춘 제품군을 중심으로 수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자동차 부품인 브레이크패드, 의료기기 제품인 X선 및 방사선기기, 진공청소기를 비롯한 소형 가전 및 전자제품 등을 유망품목으로 꼽는다. 화장품도 부상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개척은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현안임에 틀림없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세계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속히 성장하는 동유럽에서 우리 기업의 제품들을 선도브랜드로 만드는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 또한 동반 진출하는 지역의 우수 아이템들을 묶어서 경쟁력 있는 한국 상품 카테고리를 창출해가야 할 것이다. 뒤늦게 줄을 서기보다는 새로운 줄을 만드는 도전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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