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블로그-가을하늘처럼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댓글 답니더" "나랏일하시네" 영화의 유명한 한 장면을 풍자한 것이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다. 언제부터 댓글 다는 것이 나랏일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정작 국가를 위해 일하는 많은 분의 노고를 폄훼하지 않나 걱정이다.

19세기 개인주의 및 자유방임주의에 기반을 둔 '야경국가'에서는 국민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호를 위해 국가 권력을 최대한 제한하려고 했다. 그러나 자분주의의 급성장으로 빈곤과 실업, 부의 불평등 등 사회 경제적 문제가 대두하자 이를 관리 운영하는 정부 역할의 필요성이 증대돼 이후 국가의 기능과 역할은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이제는 국민의 삶 전반을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국가로 그 형태가 바뀜에 따라 국가의행정력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행정력의 강화는 곧 공무원 수와 비례한다. 특히 복지에 대한 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복지관련 공무원의 수는 행정부가 국민복지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될 정도로 국민의 요구와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다수 국민은 반기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 공무원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국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공무원들이 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권위주의적 행태는 '공복'의 역할이 아닌 군림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국민보다는 조직을 위한 조직으로 인식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도 공무원을 '철밥통'이라 부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알고보면 과거 그들의 행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작용한다.

청주시가 통합시로 거듭나며 공무원 수를 151명 증원해야 한다는 용역결과를 발표했다. 통합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한다면 당연히 공무원 수는 줄 것이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 뒤에는 다수 시민이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대민업무에 증원되는 것이 아니므로 공무원 증원에 대해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실제 안전행정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과 전문가 집단 1천400명을 대상으로 '정부조직관리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 수 적당한가?' 라는 질문에 다수 국민이 소방·재난 공무원, 치안·사회복지 공무원의 수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답한 반면 경제·교육, 국방 분야의 공무원은 적당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국민이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분야 등에 대해선 공무원 증대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국민 체감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공무원수는 99만명이 조금 넘지만 박근혜 정부가 2만명 증원계획을 갖고 있어 조만간 공무원수는 100만명 시대를 맞이한다. 경찰과 사회복지사, 소방관 등 국민이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민업무에 증원될 계획이다. 이는 OECD 국가 중 높은 비중은 아니라고 하나 국민 50명 중 한명은 공무원인 셈이다. 그럼에도 공무원 증원으로 국민의 불만을 얼마나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인 시위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청 앞에 파라솔을 설치했다고 한다. 콜럼버스의 '계란 세우기'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러한 발상의 전환이 행정부 곧 공무원을 신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얼마전 청주시가 시청 앞, 천막농성을 하던 자리를 화단으로 조성한 것과 비교하면 단체장의 마음 씀씀이 하나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불평을 들을 수 있는 열린 귀와 불평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는 작은 차이에서 국민은 주머니에서 나가는 그들의 월급을 기꺼워할 수도 아까워할 수도 있다. / http://blog.daum.net/ohck81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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