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청주시 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여름이 가고 가을볕으로 가득한 9월이 왔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높푸른 하늘은 오달지며, 오방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들녘의 알곡진 열매 터지는 소리가 정겹다.

치열했던 여름을 뒤로 하고 느리게 여무는 풍경을 담아야 할 시간이 왔다. 사람들은 욕심을 버리고 숲이나 호수를 찾아 나서기도 할 것이며, 살가운 고샅길을 어슬렁거리면서 낯선 설레임을 즐기거나, 축제의 현장과 문화공간을 순례자처럼 떠돌기도 할 것이다.

사랑과 감동의 특별한 여행을 꿈꾸는 자에게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색다른 선물이다.

테마별로 마련된 세계 최고의 작가가 빚은 각양각색의 보물을 만나고, 오감을 행복하게 하는 멋진 공연과 퍼포먼스와 체험과 이벤트가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우선 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거칠고 웅장하며 야성적인 공간이 주는 매력에 빠질 것이다. 이곳은 해방 직후인 1946년에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다. 13㎡의 부지에서 3천여 명의 근로자들이 연간 1억 개비 이상의 담배를 생산하고 17개국으로 수출하는 등 근대산업의 요람이었다. 그렇지만 산업화와 담배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1999년부터 단계적으로 생산이 중단되고 2004년에 담배공장의 문을 닫았다.

이후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면서 도시의 흉물로, 청소년 탈선 공간으로 둔갑하는 등 애물단지가 되었으며 주변마을이 쇠락하고 공동화 현상을 초래하는 지역사회의 골칫거리였다.

청주시에서는 불 꺼진 담배공장의 활용방안을 모색하던 중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이곳에서 개최키로 했다.

1999년부터 격년제로 개최해 온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청주예술의전당 일원의 임시 가건물을 활용하면서 상설관 건립의 당위성을 강력히 주장했던 시민사회의 뜻과 맞물린 것이다.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대성공이었다. 거칠고 야성적이며 드넓은 담배공장이 수많은 공예작품과 조화를 이루면서 세계적인 전시공간,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공간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 사업을 1,400여개 지역발전 사업 중 최우수사업으로 선정했으며, 일부 공간을 활용해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수장보존센터)을 유치했다.

이에 힘입어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9월 11일부터 40일간 옛 청주연초제조창에서 열린다.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 Something Old Something New>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불 꺼진 담배공장에 문화의 불을 껴는 역사적인 행사가 될 것이라며 나라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 도시 재생, 공예분야의 베니스비엔날레, 세계 최대 규모의 공예전시, 시민 거버넌스형 축제 등의 수많은 수식어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60개국에서 3천여 명의 작가 6천여 점에 달하는 작품이 전시되는데 기획전, 초대국가 독일, 국제공예공모전, 국제산업관 등 테마별로 차별화된 기획과 공간연출이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공예라는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공예 밖의 다양한 문화양식들이 통섭 및 융합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건축, 디자인, 패션, 미술 등과 함께 새로운 공예정신을 찾고자 했으며, 실용미와 예술미의 조화, 일상의 가치를 넘어 우리가 꿈꿔왔던 신세계의 풍경도 담고 있으며, 인류 공통어인 공예로 빚은 창조적 가치의 극치를 맛볼 것이다.

어디 이 뿐이겠는가. 눈으로만 보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소장하며 일상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규모 국제아트페어관도 운영하며, 국내 최정상급 연예인들의 새로운 끼를 엿볼 수 있는 스타크라프트전도 준비했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한글·단청·창살 등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패션이라는 옷으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시키는 전시를 선보인다.

특히 청주시민 1만여 명이 버려지고 방치된 폐현수막을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 100m길이의 거대한 조각보를 만들어 세상에 첫 선을 보이며, 시민 도슨트, 시민홈스테이, 시민 공연단체, 시민 자원봉사 등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어깨를 맞댔으니 청주만의 독창적인 비엔날레가 만들어졌다. 맑고 향기로운 청주정신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40일간의 아름다운 공예 이야기 속으로 소풍을 가자. 문화의 숲, 예술의 바다에서 아름다운 꿈을 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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