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지난 주 토요일 오후. 날씨가 너무 좋아 가족들에게 무작정 외출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딱히 정한 곳이 없으니 발길은 요즘 틈나면 찾고 있는 북촌 한옥마을로 어느새 가고 있었다. 북촌 한옥마을은 연인끼리 또는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외국인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청계천과 종로 윗동네라는 이름에서 '북촌(North Village)'이라고 불려지고 있다.

전통 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이곳은, 이름도 정겨운 가회동과 송현동, 안국동 그리고 삼청동이 있다. 최근 골목길 문화 붐과 함께 부쩍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북촌이 이름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1990년대만 해도 주민들은 경제적 이익만을 생각하여 한옥을 없애고 다세대 주택을 짓기에 바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북촌만이 갖고 있는 차별성과 특수성에 주목한 일부 사람들이, '북촌가꾸기 운동'을 하며 문화를 만들고 스토리를 생산하고 널리 홍보하는 등 숨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현재와 같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지금 보면 북촌이 각광받는 것이 당연해 보일지 모르나, 거꾸로 뒤돌아 보면 그때 당시에 어디 뒤처진 골목길과 한옥이 얼굴이라도 내밀 수 있겠다고 감히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북촌을 걸으며 북촌에 대해 중언부언 얘기하는 것은 마음 한 구석에 우리 고장 충청도에도 틈나면 달려가고 싶은 곳이 얼마나 있나 하는 아쉬움이 있어서 인 것 같다. 또 그런 곳이 많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에서 비롯된 듯하다.

지금이야 지방자치단체별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좋은 곳을 발굴하기 위해 나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왕이면 성과도 내주었으면 좋겠다.

필자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함이 안타깝다.

다만, 상상을 제한하지 말고 자유분방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것이 반영될 때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찾아와야 할 사람의 구미에 맞아야 하는 데, 이런 것을 파악하여 반영하는 데는 권위, 위계질서, 경직은 가장 큰 적이다.

사람들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시대 조류를 알아야 하고,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집적되고 융합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가 도출되었다면 그 다음은 끈기와 노력이다.

확신을 가지고 시간을 들여 공을 드릴 때 길이 남는 작품이 된다.

앞으로 스토리가 있는 문화사업과 지역 명소 개발은 유형 무형의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할 것이다.

사람들은 지역이 어디든, 물리적인 공간이 어디든, 굶주린 이리떼처럼 스토리가 있고 여유를 주고 커뮤니티가 있는 곳을 아낌없이 찾아 다닐 것이다. 기꺼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주 애팔래치아 산맥에 있는 시골 탄광에 헌책방을 낸 이야기이다. 인구는 겨우 5천명. 아무도 그런 곳에서 헌책방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미친 짓이라고 했다. 도시에 웬만한 서점도 망해가는 판국에 책을 좋아하지도 않는 시골에 그것도 헌책방이라니. 그런데 저자는 헌책을 매개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문화를 만들고 스토리를 입혀 당당히 명소를 만들었다. 상상과 노력과 열정의 결과다. 중간에 시련도 있고 텃세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열정을 넘지 못했다.

또, 우연히 모일간지에 실린 괴산페스티벌을 만든 '싸이'보다 도발적인 가수 '사이'의 스토리를 읽은 적 있다. 벌써 괴산페스티벌은 3회째라고 한다. 시골에 살면서 가진 것 없는 39세의 짝퉁 가수는, 자신의 철학을 거침 없이 설파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며 시골 생활을 즐기고 있다. 상상력과 뚝심이 빚은 결과다. 실상을 보진 않았지만 부러웠다. 작은 실천이 모여 역사가 되어감을 느꼈다.

북촌을 거닐며 너무 많은 상상을 해 본 것 같다. 상상으로만 설정된 한계가, 우리 지역에서는 실제로 이루어져 시간만 되면 찾아가고 싶은 명소가 많아지길 기원한다. 한가위를 앞두고 있으니 더욱 지역 생각이 난다.

이번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모든 것이 풍성하고 조상님들의 은덕을 많이 기억하였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