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제조창과 비엔날레
연초제조창과 비엔날레
  • 중부매일
  • 승인 2013.09.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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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오흥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옛청주연초제조창에서 개최되고 있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구경하였다. 연초제조창과 비엔날레, 처음에는 서로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뭔가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연초제조창에 들어서자 폐현수막으로 만든 1천4개의 조각보가 가장 먼저 반겼다. 수만 명의 시민이 합심하여 담배공장의 벽면을 화려하게 탈바꿈해 놓았다.

작품전시장 내부는 옛날 연초제조창으로 사용했던 건물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담배를 훈증하고 제조하고 궐련하던 곳. 노란 잎담배의 진한 냄새가 벽면 곳곳에 배어있는 듯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연초제조창은 층간 간격이 넓어(한층 높이가 6.5미터) 거대한 공예작품을 전시하기에 아주 적절하다. 수준 높은 작품을 아주 색다른 연초제조창에서 구경하는 것은 이색적이다. 작품 구경도 좋았지만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전시장 분위기를 느꼈다.

전시회를 둘러보는 동안 담배와 관련된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려웠던 시절 잎담배 농사는 농촌에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큰 소득 거리였다. 우리 지역에서도 잎담배 농사를 많이 지었기 때문에 시골에서 흔히 안채보다 높은 담배건조실을 볼 수 있었다. 뙤약볕이 내려 쬐는 한여름, 도회지에서 공부하는 남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누나들은 적도보다 뜨거운 담뱃잎 사이를 헤치고 다녔다. 저녁에는 부지런히 담뱃잎을 엮고, 이것을 건조실에 매달기 위해 남자들은 부실한 난간에 의지하여 곡예를 부려야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밤을 새워가며 건조실의 불을 지켰다. 참으로 고된 노동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려운 살림에 한줄기 희망이요 미래이었다.

번성하던 잎담배 농사는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고 수지가 맞지 않아서 급격한 사양길에 접어든다. 청년들은 도시로 떠나고 시골 풍경이던 담배건조실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덩달아 늦가을이면 떠들썩하던 잎담배 수매 분위기는 추억 속으로 밀려났다. 담배를 수매하던 전매청은 슬그머니 80년대 말에 한국담배인삼공사로 바뀌더니, 2002년에는 이름도 아리송한 KT&G가 되었다. KT&G에서 담배 냄새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1988년도에 담배시장이 개방될 때만해도 외국담배를 피우는 것은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외국담배의 점유율이 40%에 육박한다. 국내에 담배 제조하는 공장도 줄어들고 있다. 반면, 중동지역을 비롯한 해외 공장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역사의 흐름 속에, 해방 직후인 1946년에 세워진 청주연초제조창은, 2004년 완전히 문을 닫는다. 한 때는 2~3천명의 일터였고, 그 일대는 삶의 활기로 북적였다. 연초제조창이 있던 내덕2동은 지금도 담배공장마을이라고 불릴 정도로 연초제조창은 그 지역의 랜드마크였다.

연초제조창이 폐쇄된 지 십여 년이 된 지금, 그 동안 방치 상태에 있던 연초제조창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개최는 연초제조창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며 문화와 예술 도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회이다.

연초제조창의 미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관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투자를 하였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를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너무 조급하게 투자 회수에 연연하면 역사에 길이 남는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 관건은 연초제조창 건물과 스토리를 어떻게 활용하고 거기에 문화와 예술을 덧씌우느냐다.

청주는 교육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사실 교육의 도시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것은 어떤 특색 없음이 기저에 내포되어 있다. 교육은 어느 도시나 하는 일반 상품 같은 것이다. 이제 차별화된 컨셉과 이미지를 구축함에 있어, 연초제조창이 중요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때마침 시월에는 연초제조창 활용방안을 위한 국제포럼이 청주에서 열린다. 세부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실정에 맞게 창조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앞으로 연초제조창이 어떤 모습과 스토리로 재탄생되고 역사에 기록될 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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