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청원군에 소재한 '미원공업고등학교'가 2012년 3월 마이스터고로 선정되어 지난 9월 24일 '충북에너지고등학교'로 교명승계 행사를 가졌다.

학생들의 꿈과 열정을 가득 담아 함께 생활하게 될 기숙사 '새암학사'의 준공과 함께 치러진 행사에 동문, 학부모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그 출범을 축하했다.

특히 전지산업을 비롯한 에너지관련 대표기업 관계자들의 참석과 축하는 또래 친구들보다 이른 시기에 기업으로 진출하고자 결정한 학생들에게 진로와 관련한 확신과 동기를 부여하는 큰 힘이 될 수 있기에 무엇보다 반갑고 의미가 있었다.

구인과 구직의 미스매칭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의 하나로 출발한 한국형 마이스터고는 충북지역에 반도체고, 바이오고에 이어 에너지고가 세 번째이다.

마이스터고 선정은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에 걸맞고, 국가의 신성장동력산업 육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첫 졸업생을 배출한 반도체고는 졸업생 전원 취업이라는 성과를 달성했고, 입학경쟁률 또한 높아져 우수한 학생들이 계속 진학을 하고 있으니, 지역산업 발전은 물론 미래 성장산업분야 우수인재 확보측면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성공의 열쇠는 무엇일까? 첫째, 지역내외 관련 기업과 연계를 통한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교과과정에 반영하여 집중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 일부 기업은 값비싼 실습용 기기를 기증하는가 하면, 교사들은 빠른 기술주기를 극복하고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방학 기간을 활용해 기업 현장으로 나가 학습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입사와 동시에 현장에 배치될 수 있는 젊은 인력의 확보는 재교육이나 업무단절을 극복함으로써 기업경영에 부가가치로 작동하니 구인과 구직이 윈윈(win-win)하는 전형을 보여준다.

둘째, 마이스터고 재직 교사들의 열정이다. 대다수의 교사들은 학교 설립 취지에 입각하여 본인들의 원에 의해 배치되었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재학습 심화학습 등의 기회를 통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교육으로 연계하고 있다.

기술만을 가르치는 것을 지양하고 직장인 또는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성과 에티켓은 기본이고, 직장이라는 조직생활에서 누구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1인 1특기 이상의 재능 부여, 그리고 밀착형 생활지도를 위한 솔선수범과 함께 일선 기업들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을 알고 연계하는 노력은 열정이 아니고서는 해내지 못할 일이다.

에너지고 교명승계 행사에서 10여명 학생들이 특기활동을 통해 틈틈이 익힌 가야금 연주는 그 어떤 축하보다 값지고 지덕체를 겸비하는 교육 현장임을 실감했다.

셋째, 자신의 재능을 보다 일찍 발견하고 마이스터고를 노크한 학생들 그리고 자녀들의 결정에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학부모의 합심이다.

대다수의 부모가 자녀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고 소위 화이트 컬러 일자리를 갖기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자녀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선택을 함께한 것은 선견지명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제조 현장에서 흔히 장인이라 일컬어지는 숙련자들이 대부분 베이비부머 세대이고, 생산현장의 신규 인적자원 투입이 저조한 가운데 불과 몇 년이 지나 숙련 기술자가 퇴직하게 되면 세대간 기술 단절로 성장잠재력의 저하가 우려된다.

게다가 고령화사회로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경제성장에 필요한 노동공급 총량이 부족할 전망이다. 연구개발, 원천기술 등의 가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자리와 보다 직결되는 제조현장의 인력 확보는 지속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며, 인력의 질적 향상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서 차세대 주역이 될 젊은 마이스터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현장에서 혼연일체되는 모습을 통해 밝은 미래가 예견된다.

다만 미래 산업의 역군으로 우뚝 서기 위해 일찍이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과 학교에의 지원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학력을 비롯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군살빼기'가 속속 이루어져야 하는 바, 이 또한 우리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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