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얼마 전 충북출신으로서 지역발전위원회 수장에 임명된 이원종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이 지역발전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바 있다. 이 때 광역단체장 시절 기억에 남는 정책이나 사업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민 없이 오송 바이오산업단지를 조성했던 일을 꼽았다.

그는 '충북지사로 재임했던 90년대 말 충북은 작고, 힘없고, 뒤떨어진 지역이었으며 전통산업인 농업에 의존하면서 가라앉은 호수와 비슷한 정서가 지배했던 곳'으로 기억한다. 당시 충북을 살리기 위해 생각했던 것이 첨단산업이었고 그 중에서도 바이오산업이었다. 처음엔 다들 턱도 없는 소리라며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였다. 바이오가 무엇이고 왜 이걸 해야 하는지 그리고 21세기 부강한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임을 설득하는데 주력했다.

이 위원장은 '그 때 내 주장은 바이오엑스포가 끝나는 날이 새 출발이라는 것이었다. 도정목표, 캐치프레이즈도 바이오테크와 유토피아를 합성한 바이오토피아로 정했다. 그 수단으로 오송에 생명과학단지를 만들었다. 결국 첨단산업의 불모지와 같은 곳을 바이오토피아 충북으로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바이오하면 오송, 바이오하면 충북이라고 한다. 내겐 아직도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느껴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그 당시 바이오산업에 대한 개념과 이해는 일반적이지 못했지만 선점 경쟁은 국가 간, 지역 간 매우 치열했다. 오직 승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생존게임에서 충북의 행보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성공에 대한 희망은 있었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끝은 대성공이었다. 전국에서 80만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선례도 경험도 없는 바이오분야의 전문종합엑스포로서는 놀라운 성과였다. 각 지역이 경제적 생존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면서 '미인선발대회' 또는 '장소전쟁'이라 불리던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에서 오송과 충북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충북은 2002년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를 계기로, 이원종 위원장의 언급처럼, 물리적 인프라 구축과 핵심 거점기관 유치 등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조성에 힘써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는 까닭이다.

바이오산업이 미래의 성장엔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중국, 중동, 러시아 등 기존 선진국 이외 국가의 GDP가 빠르게 상승 중이며 노령인구의 증가와 자산에 대한 소유비중 증가로 건강 및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각 국가는 유류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원 다변화 노력을 펼치고 있고 곡물가격의 추세적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가의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정부는 글로벌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 수단으로서 정보통신(ICT)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 증가로 인한 경제·사회적 이슈 해결 필요성의 증대, 접속 및 협력기반의 새로운 생산과 소비패턴 등장, 요소기반 성장에서 혁신기반 성장으로의 경제성장 기조 전환에 기인한다. 이 같은 메가트렌드가 바이오경제와 접목되면서 바이오산업 혁신과 융합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생명공학분야와 같이 과학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가 빠른 시간 내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재까지 그렇지 못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약 20년에 걸쳐 생산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바이오산업의 성과는 원한다고 해서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제 충북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그간 조성된 기반을 토대로 성과확산과 재도약을 위한 로드맵을 새롭게 짜야할 시점이다. 기업 차원의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지역차원의 합리적 제도와 정책 대안도 찾아야 한다. 전환점은 '2014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가 될 것이다.

최근 바이오산업의 경계는 한층 넓어지고 있다. 기후온난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연료(에탄올), 녹조현상 등을 해결할 바이오환경(화학)의 부상은 바이오산업의 성장성을 짐작케 한다. 특히 경영여건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태양광산업과 바이오연료를 묶어서 충북을 신재생에너지산업의 허브로 만드는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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