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1997년 12월 IMF를 맞으면서 창업의 붐이 일었다. 창업을 통해 경제부흥을 이루고자한 이면에 부도와 실직에 따른 원성을 잠재울만한 힘이 창업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을 하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15여년간이 흐른 지금 창업을 성공으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가진 경험이 존중받지 못하는 한 창업활성화는 요원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창업 그리고 실패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창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자산으로 창업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복지의 두 가지 측면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경제모델은 기업과 산업의 성장에 있어서 사회적 합리주의와 정부-기업-개인의 유기적 상호작용으로 경제위기에도 건실한 재정을 유지하고 강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는 2012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도 논의된 바와 같이 안정된 고용과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투자함과 동시에 중소기업 및 벤처창업기업의 원활한 생태계조성이 향후 과제로 진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육성하는 '거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핀란드는 단기적 성장보다는 국가의 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창업부터 사업화까지 지원하는 TEKES(기술개발청)가 있고, 스웨덴은 혁신형 창업아이템으로 창업에서 고용창출까지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VINNOVA(기술혁신청)가 있다.

기업을 진단하고 분석하는 도구로써 우리나라에도 많이 도입이 되어 있는 '오슬로 매뉴얼'의 산실인 오슬로이노베이션센터는 노르웨이 R&D의 50% 이상을 담당하며 창업생태계의 핵심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오슬로이노베이션센터가 창업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데는 기업성공 포인트를 다른 시각에서 본다는데 있다.

기업의 성공을 IPO(기업공개)보다는 M&A를 통한 기술이전, 사업화, 이후 새로운 창업으로 견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가에 그 무게중심을 두고 있으며, 창업기업에 3M(money, market, management) 지원정책을 펼침과 동시에 주변의 산업단지, 각종 기업지원기관 심지어는 대학, 병원 등 주거시설에 관련된 부분까지도 기업성공의 관건으로 여겨 산업단지 전체를 조율하고 있다.

이러한 기관들이 창업부터 성장까지 일련의 순환구조를 성공적으로 견인한데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창업과 관련한 불필요한 평가 또는 사후관리, 성공환수금, 기술료 등 성공을 담보로 한 조건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 실패 등에 대해서는 제한을 할 뿐 제재는 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스런 창업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육성, 고용, 인재 등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아가 창업이 성공으로 이루어질 때 그 이상으로 세액증대와 복지증진에 기여한다는 믿음, 즉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어 있기에 가능하다.

마침 지난 5일 우리 지역 대학에서 창업패스티벌이 열렸다.

재학생 창업동아리, 대학내 입주기업, 가족기업 등이 참여한 가운데 동아리 학생들의 아이디어 발표, 융합포럼, 기업 주요제품 전시에서부터 기업지원정책 상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알차게 진행되는 가운데 다른 한 켠의 아쉬움은 이들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그저 그 수준에 머물거나 사장될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보유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반 생태계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생태계가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창업의 성공을 다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만이 성공이 아니라 사업화가 될 수 있는 시장형 아이템을 연구개발하고 석·박사를 포함한 학생들이 수월하게 창업하여 교수 및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하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보편화된 창업으로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경영과 기술 등 전반적 분야의 컨설팅 지원이 보편적인 가운데 이를 통해 20대 젊은 시기부터 소자본만으로도 기업 활동이 용이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