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재광 문화교육체육부장

최근 체육행사뿐 아니라 각종 행사에서 의전과 관련해 보여준 충북도와 도의회, 충북도교육청간의 갈등은 유권자들에게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예비후보의 힘겨루기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던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이 제94회 전국체전 해단식에서 서로 추켜세우며 애써 봉합된 모습을 연출했지만 뼈있는 말을 주고받으며 또 다시 깊어진 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의전문제가 지역사회에서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이달 초 전국체전 충북선수단 결단식에 매년 참석했던 이 교육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 교육감의 불참이 민주당 소속 김광수 충북도의회 의장과의 '의전 갈등' 때문인 것으로 귀결되면서 일부 도의원들이 이 교육감의 결단식 불참을 지적하며 행정특위 구성까지 운운해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러나 같은 당의 이시종 지사의 잠재적 지방선거 경쟁자인 이 교육감을 노골적으로 겨낭했다는 비난이 일면서 일단락됐다.

국정감사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다. 지난 충북도교육청 국감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이 교육감에게 "이기용 교육감의 행사는 정치인행사"라며 "내년 도지사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 달라"며 약속이나 한 듯 집중 공세를 펴 '정치공세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처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감장에서 교육현안을 뒤로하고 이 교육감 때리기에 나선 것은 새누리당의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이 교육감이 자당 소속인 이시종 지사의 대항마로 부각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거슬러 올라가면 의전갈등은 이번뿐 만이 아니다. 지난 6월 현충일 추념식에서도 이 지사와 이 교육감 사이 공군사관학교장의 자리가 배치돼 도교육청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런가하면 지난달 말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열린 건축문화제 행사 전날까지 참석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이 교육감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채 김대성 도교육청 부교육감이 자리를 지켰다.

내용은 이렇다. 주최측은 이날 축사를 이 지사에 이어 해외출장중인 김광수 도의장 대신 김동환 부의장, 이 교육감 순으로 하는 행사 순서를 짜놨다. 이날 행사전날까지 참석자 명단에 이름이 보이지 않았던 김동환 부의장이 김광수 의장 대신 급하게 참석, 이 교육감에 앞서 축사를 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이 교육감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도교육청은 "건축문화제 개막식이 충북학생관악제와 시간이 겹쳤다"며 "교육감으로서는 학생 참여 행사를 우선 챙겨야 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부교육감을 대신 보내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의전문제로 인해 행사에 불참했다는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했지만 내심 불쾌한 반응이었다.

충북도나 시·군 자치단체 등에 별도의 의전매뉴얼이 없는 상황에서 도는 모든 행사의전을 정부의 기준 및 절차에 따라 도지사, 의장, 교육감 순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지방자치시대에 교육자치도 지방자치의 양대 기둥의 하나임에도 불구, 모든 행사를 지사, 의장, 교육감 순으로 하는 것은 교육자치단체장을 지방자치 사무의 일부를 집행하는 기관장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이는 즉, 교육자치를 폄하하는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시·도의 이 같은 의전은 민간단체행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예산 등 의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 의도적으로 의장을 앞에 배치, 의회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제 행사는 성격에 맞게 주빈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형식에만 치우쳐 본질을 잃는 행사보다 내실을 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관단체장들의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새삼 의전문제를 다시 한번 거론하는 것은 지방선거가 4년 마다 치러지는 상황에서 출마예상자들의 의전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해서 불거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간소화된 의전매뉴얼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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