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리와 소주 한 잔 … 사람 사는 맛
양미리와 소주 한 잔 … 사람 사는 맛
  • 중부매일
  • 승인 2013.12.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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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창공]화롯불 위에 노릇노릇 구우면 고소한 맛 '일품'
주문진항 80마리에 만원 … 어획량따라 시세달라

농사일이 대충 끝이 나는 11월이 저문다. 농사일보다 바쁜 행사와 모임이 줄줄이 기다린 탓에 미처 정돈돼지 못한 들녘은 더욱 횡하게 느껴진다. 벌써 몇 번째 이던가. 겹치고 밀리고.

"바닷가에 가서 회 한 접시 먹고 오자." 육지 사는 사람들의 단골 메뉴가 되어 버린 회 한 접시.

촌스럽게시리 바닷가에 가서 고작 회 한 접시로 고생스런 한 해를 넘겨버린다니.

버스에서 내리자 비릿한 바다바람이 스쳤다. 셀 수 없이 어지럽게 날아채는 갈매기들. 제철 맞은 양미리를 그물에서 털어내는 아낙들과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 조금은 흥청망청하며 달려온 시간이 짠내에 섞여 서글퍼진다.

생선 한 마리 한 마리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할머니의 손놀림이 여전히 재빠르다. 이방인의 눈빛은 사치였을까. 한참을 서 있었지만 하시던 일을 멈추지 않는다.



"양미리 어떻게 팔아요?"

"80마리에 만원, 한 대야에 3만원입니다."

잡히는 양에 따라 시세는 날마다 다르단다. 어제는 어떻게 했냐고 묻자 답이 없다.

몇 해 전 기억이 떠올랐다.

집에 급하게 일이 생겨 얼른 들어가 봐야 한다던 할머니께 떨이로 샀던 양미리는 족히 3만원 어치는 되었었다.

실컷 구워 먹고도 남아 옥상에서 말려 두고두고 먹던 그 양미리.

어시장 초입부터 달콤한 말들이 발길을 잡아챈다.

"코다리 스무 마리에 만원!"

"도루묵 한 바구니에 만원!"

갖가지 생선들이 눈을 부릅뜨고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마치 윙크하듯이 수조에서 팔딱이는 물고기도 줄줄이 엮여 있는 생선도 사람들을 기다린다.



시장 한 모퉁이에서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생선이 익어가며 내뿜는 한 숨소리를 지나치지 못하는 일행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아침부터 술잔이 오고 갔는데. 알배기 도루묵과 양미리 몇 마리에 소주 두어 병이 또 비어졌다.

고소하게 구워진 양미리 한 마리 먹고 돌아오니 어부의 그물 손질은 끝이 났고, 그 많던 양미리도 절반쯤이다.

"집에서 먹게 양미리 사줄까?"

"예!"

일행의 호의에 얼떨결의 대답. 양미리 한 봉지를 얻었다.

어부의 고된 하루도 끝이 나고 집어등도 쉬는 시간이다.

가끔 갈매기가 날아 들어 잠을 깨워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난 아침부터 아궁이 속 벌건 숯불을 꺼내 아내와 함께 진한 주문진항의 향기에 취했다. 지나가던 친구 녀석도 불러세웠다.

화롯불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양미리와 도루묵의 고소함이 그만이다. / http://blog.naver.com/thdgk04/30180442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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