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만]해인사 소리길 탐방 … 솔티재·길상암 풍광 '감탄'

간난 아기 때는 듣는 일이 먼저다. 귀로 소리를 들으면서 사물을 하나, 둘 구분한다. 그런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오랜시간 듣는 것보다 말을 앞세운다.

입을 닫고 귀를 열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소리길이 해인사가 위치한 합천에 있다. 2011년 개장한 소리길은 대장경축전장에서 해인사까지 6.3㎞에 이르는 일명 '해인사 가는 길'로 알려져 있다. 해인사 소리길은 자연생태계가 온전히 보전된 계곡 길을 걸으며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등 우주만물이 소통하고 자연이 교감하는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올해 가을 남산제일봉 산행 후 시간에 쫓겨 그냥 지나쳤던 해인사 소리길을 지난 12월 7일 지인 부부와 함께 다녀왔다.

가야산(1430m)은 경남의 합천군과 거창군, 경북의 성주군에 걸쳐있다. 소리길을 성주 방향에서 가면 가야산 줄기의 암릉들을 바라보며 달린다. 경상북도 표석이 서있는 경북 성주군 수륜면과 경남 합천군 가야면 경계선상의 솔티재는 조망이 좋은 쉼터다.

해인사 소리길은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와 대장경천년관이 있는 축전의 야천삼거리 아래편 각사교에서 시작된다.

황산2구 경로당과 주민들이 음식을 파는 가게들을 지나면 소리길탐방지원센터를 만난다. 이곳에서 가까운 계곡에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뜻하는 무릉교가 있다. 상징적인 의미인지 다리를 찾아볼 수 없다.

칠성대를 지나 산길을 걷다보면 바닥에 박힌 검은 돌들이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깨알같이 작은 글씨에 메시지들이 담겨있다. 시간을 넘나드는 팔만대장경과 같이 돌에 적힌 글자들을 조합하면 '당신이 떨치지 못하는 한 고통은 여기 남아 있다, 나의 내면을 듣는다'와 같이 깨달음에 관한 글들이다. 발에 밟히는 돌들이 지난 기억을 되짚으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산길을 걷다가 동화 파랑새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아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진정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일상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조형물 '둘러 가다'를 만난다. 나 자신이 제일 중요하고 지금 소리길을 같이 걷고 있는 사람들이 제일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해인사 일주문까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길을 걸으며 여러 개의 다리를 건넌다.

해인사 일주문에 들어서면 바로 수석과 산림이 가장 아름다운 홍류동계곡이 시작된다. 선인이 내려와 피리를 불던 바위 취적봉과 풍월을 읊는 여울 음풍뢰, 옥을 뿜듯이 쏟아지는 폭포 분옥포는 나뭇가지가 가려 희미하게 보인다. 밤에 달빛이 잠겨있다는 연못 제월담은 맑은 물이 가득하고 가끔 가야산 줄기도 나타난다. 왼편으로 갈지자(之) 나무계단을 따라 200여m 올라가면 계곡에 자리한 길상암을 만난다. / http://blog.daum.net/man1004/17904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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