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대학교는 한참 겨울방학 중이고 동장군이 여전히 기승을 떨치고 있는 시기에 대학 4학년 학생들은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을 맞이해야 한다.

2014년은 1월말에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있어 대부분의 기업은 2월에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추세이다.

올 한해 전반적인 경제전망이 소폭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주요 기업들의 채용은 전년도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졸업식은 다가오고 취업을 못한 학생들은 몇 장 붙여지지도 않는 채용공고를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어학시험 점수, 자격증 등 스펙을 더 쌓고 자기소개서, 이력서를 잘 작성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반면, 이미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취업재수를 한다며 암울한 세월을 보내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고등학교의 상황도 다름 아니어서 해마다 이맘때면 수능시험을 마치고 대학의 문을 노크하는 수험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수능 이후 기말고사까지 끝난 교실의 분위기는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내키지 않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거나, 유수한 대학 또는 지역에 소재하는 대학을 탐방하고 입시설명회를 다녀오는 것으로 일과를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형식적인 학교생활에 지쳐 겨울방학만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겨울방학이 되어도 그동안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오로지 대학입시에만 함몰되어 온 학생들이고 보니, 막상 시간이 주어져도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내야할지 모르고 그 조차도 부모로부터 코칭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한 취업포털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3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방학 중 취업을 위해 준비할 부분은 무엇보다 공인어학성적, 회화 등 '어학관련 학습'이 23.5%로 가장 높았고, '자격증 취득'이 22.1%로 그 뒤를 이었으며, 무엇보다 스펙 쌓기가 우선순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경력을 위한 '아르바이트'(13.7%), '취업교육/취업캠프 참가'(10.0%), '기업 인턴십 참여'(7.7%), '봉사활동'(5.3%) 순이다.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 스펙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지만 이와 함께 실무 경험을 쌓으려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생들도 아르바이트를 통해 일도 체험하고 용돈도 마련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졸업식을 앞두고 다음 진로를 향하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에게는 촌음의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로 좀 더 경험하고 익혀야 하는 젊은 날이기에 우선 자신의 적성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진로를 선택하는 길이야말로 비효율을 없애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성 및 적성검사를 비롯하여 직업관 등 장래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관련한 교육프로그램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교육프로그램의 구성도 이론 중심의 기술교육이 지나치게 되면 산업현장과 매치되지 않아 청년들은 구직난, 기업들은 인재난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무중심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업들은 신규 채용인원에 대한 재교육 비용의 투입을 절감하여 고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채용을 희망하거나 앞으로의 진로 선택을 위하여 수능을 마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능하다면 길게는 5개월 짧게는 2개월 이상 직장 또는 회사에 대한 경험을 쌓고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떠할까?

물론 기업에서 이와 같은 부분을 담당하기에는 갈 길이 바쁜 것이 현실이다. 일선 학교에서도 행정적 절차와 학생지도의 측면에서 또한 난감할 수 있다.

따라서 산학연이 협력하여 인력양성에 대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라고 했다. 장차 몇 십 년의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체험해 보고 느끼는 가운데 직업을 선택함이 진정한 교육임에 틀림없다.

더불어 일찍부터 직업 세계에 눈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현재의 일자리 생태계를 파악하고 극복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취업 또는 진학지도는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지만, 그것이 여의하지 못한 우리의 실정이고 보면 이맘때의 지도와 경험 또한 큰 교육이 될 수 있기에 자못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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