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춘 강진일보 편집국장 '장사의 기술' 출간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 전라남도 강진에는 "병영사람들은 말 꼬리로 만든 붓 12자루만 있으면 밖에 나가서 1년 먹을 것을 벌어온다"라는 말이 전해온다.

병영상인(兵營商人)의 뿌리깊은 장사꾼 기질을 나타내는 말이다. 병영상인은 조선 태종 17년(1417년) 전라병영이 강진군 병영면으로 옮겨오면서 세력을 형성한 상인집단이다. 전라도와 제주도까지 관할하는 군대가 들어오면서 막대한 물품 소비처가 생겼고, 병영성 주변에는 2천호가 넘는 민가가 들어섰다. 병영과 민간에 물품을 공급하는 상인들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병영성 주변엔 자연스럽게 상업이 발달했다.

강진일보 편집국장 주희춘씨(사진)는 5년여 동안 전국을 누비면서 강진 병영상인의 역사를 기록한 책 '장사의 기술'(한국경제신문 출판)을 펴냈다.

이 책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져온 강진 병영상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하고 있다. 병영의 대표적 거상들과 600년 역사를 이어온 상업 노하우, 거상 후예들의 근현대 활동 등을 풍부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전한다.

병영상인은 1896년 병영성이 폐영될 때까지 400여년 동안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대부분의 상인이 자신의 출신 지역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했지만, 병영상인들은 전국을 무대로 활동했다. 그래서 '북에는 개성상인, 남에는 병영상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저자는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했던 조선에서 병영상인이 형성되고 전국으로 뻗어나간 600년 병영상인의 장사 수완을 8가지로 정리했다. 전국적인 유통망과 효율적 관리, 과감한 투자, 도전 정신과 겸손의 미덕, 지리적 환경의 이점, 광범위한 시장 개척, 신용과 친절 중시, 장사만 고집하는 프로 근성 등이 그 비결이다.

병영상인과 제주 거상 김만덕의 교류, 병영성 건립과 역사를 함께하는 대(大)상인 박기현과 현대 병영상인의 성공 사례를 보여준 김충식과 김향수(아남산업 회장) 이야기,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병영성과 똑같은 경로를 밟는 경남 통영의 통제영 이야기 등도 재미있다. 개성상인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병영상인의 자취를 찾아 관련 자료를 찾고 증언을 수집한 저자의 끈기와 열정도 감동적이다.

병영상인의 후예인 김주진 앰코테크놀로지 회장은 "병영상인의 상업정신이 한국형 기업가정신의 원형이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고뇌하는 이들에게 나아갈 바를 제시해준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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