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결국 개인정보는 개인이 보호해야 하는 건가?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면 해답이 없어 보인다. 국회가 난리를 치고 정부가 실태조사를 하고 전문가들은 이런 저런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슷한 진행이 반복된다.

이번에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은 워낙 사안이 크다 보니 좀 더 시끄럽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시원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또 많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고, 일부에서는 대표로 매를 맞는 것으로 때우려 한다.

문제는 이미 유출된 정보를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우리 모두를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한다. 유출된 내 정보가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인단 말인가. 개인정보는 곧 '나'가 아닌가. 어느 시인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됐다고 했다. 하나밖에 없는 주민등록번호와 그에 상응한 내 이름 등이 도대체 어떻게 됐다는 것인가.

작가 더글러스 케네디의 작품 '빅 픽처'에서 변호사 벤은 우발적으로 사진가 게리를 죽이고 그의 인생으로 위장해 살아간다. 이게 소설 속의 이야기이지만 누가 나의 정보를 가지고 나의 삶을 대신하여 살 수도 있다는 상상이 현실화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지 않을까.

이래저래 답답함은 더해 간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보다도 뚜렷하게 해결책이 없다는 자괴감이 더 상심하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의 시대에 불안은 점점 커져간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란 주제를 갈파하면서 어떤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될까 봐 사람들은 불안을 느낀다고 하였다. 그런데 개인정보유출과 같이 내 잘못이라기 보다는 어떤 외부 상황에 의해 피해를 당할까 봐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당황스러운가.

먼저, 개인정보를 받아다가 잘 관리하지 못하고 엉뚱한 데에 사용한 금융기관·기업들이 원망스럽다.

인재(人災)가 되었건 천재(天災)가 되었건 정보를 받아갔으면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 읽기도 힘든 동의서에 클릭하게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또 금융기관·기업들을 감독하고 제도를 만드는 측면에서의 아쉬움도 크다. 모두가 얘기하고 공감하는 부분이다.

어느 때보다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개진되고 있다. 또 논의도 활발한 편이다. 다만, 희생양을 만들어 위기를 넘어간다는 근시안적인 생각보다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단기적인 문제회피요법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 과제를 이끌어내고 실천해야 한다. 이 모든 것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 정보유출 사건이 재발 되느냐 되지 않느냐로 평가될 것이다.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준엄한 심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각 개인은 내 정보를 내가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 제도, 기술이 발전하여도 개인정보를 빼내가고 악용하고자 하는 세력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매체가 생기면서 편리함을 준 만큼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반대급부적인 불편함과 희생이다.

개인의 잘못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내 정보를 내가 지켜야 된다는 명제를 상정하고 볼 때, 우리의 생각 양식과 양태는 달라져야 된다는 얘기다.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면서 정보에서 만큼은 냉정성을 되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정보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정보는 함부로 제공해도 되는 시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개인의 명예 만큼이나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해야 한다.

요즘 비정상의 정상화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우리가 우리 정보를 취급하는 것도 비정상적인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체크할 때다. 인터넷 도입 이후 수십 년 가까이 우리가 쌓아놓은 개인 정보는 얼마나 많은가. 오죽했으면 신종 직업으로 사망 후에 인터넷에 쌓인 정보를 치워주는 정보청소사업이 유망해질 거라고 한다.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답답해 보인다. 답답할수록 문제를 풀려는 노력은 더해질 것이다. 문제가 있는 곳에 해답이 있다. 기대하는 바다. 정보유출로 인한 개인들의 불안을 잠재울 근원적인 대책이 수립되길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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