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희씨] 한옥서 먹는 '지리산 생햄' 맛에 이야기에 두 번 취해

처음엔 그랬다. 하몽을 먹겠다고 남원까지 다녀오자는 게 그럴듯하지 않았다. 뭘 얼마나 먹겠다고…. 그래도 약속을 했기에 길을 나섰다. 고속도로를 들어서자 마자 가는 비가 차창을 따라 흘렀다.

두시간여를 달려 남원이 가까워오자 온 세상이 하얗다. 입춘 지나 눈쌓인 풍경을 보니 애틋하기까지 했다. '지리산 생햄'이라는 말 하나를 잡고 나선 길이다.


여주인은 우리에게 하몽과 한옥을 내주었다. 한옥 마루에 앉아 와인에 하몽을 먹자하니 이런 호사가 어딨나 싶을만큼 살짝 마음이 들썩거렸다. 내리는 눈때문에 더 그랬는지 모를일이다.

여주인은 남편(박화춘 박사)이 흑돼지를 연구하는 바람에 생햄을 만들게 되었고 스페인으로 하몽 맛을 찾아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들려줬다. 버크셔라는 품종의 돼지를 고집스럽게 지켜오고 있고, 관련 상품을 개발하다가 생햄 즉 지리산 하몽이 만들어졌단다.

스페인을 다녀온 이 선생님도 여행중에 맛본 기막힌 하몽과 와인의 어우러짐을 이야기했다.

그 나라에서는 최고의 하몽을 손님에게 내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하몽을 먹어본 이와 와인을 잘 아는 이들이 찾아준 식탁이니 즐기기만 하면 될 일. 낮술에 하몽에 취하는 오후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배도 불렀다.

하루동안 짧은 여행을 했다. 어쩌다 나온 하몽 이야기에 마음이 모아져 훌쩍 남원까지 다녀왔다. 모두들 행복하다며 웃었다. / http://goodwri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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