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이사

지난 1월 17일 올해 최초 AI발생신고가 접수된 이래, 하루도 AI와 관련된 뉴스가 매스컴에 등장하지 않은 적이 없다. AI의심신고, AI양성반응, 오리 예방적 살처분 등등.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과 함께 관심의 초점이 올림픽으로 이동한 듯도 하지만, 여전히 AI는 매스컴의 주요한 관심거리이다. 물론, AI가 큰 사회적 이슈이고, 많은 분들의 생계와 이해관계가 달려있음은 물론, 국민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함이 바람직하지만, 각 언론의 AI관련 보도나 AI에 대한 정부의 대응조치 등을 보고 있자면,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스러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매스컴의 AI와 관련된 해드라인을 보노라면, 주로 '공포', '악몽', '살처분', '○백만마리 살처분' 등 혐오스럽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각인시키는 단어들로 도배되다시피 되어 있다. 매스컴의 막대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단어의 사용이 좀더 조심스러웠어야 하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AI도 그 혈청형에 따라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현재 유행 중인 AI의 원인바이러스인 H5N8은 중국 오리에게서 발견된 적은 있지만 인체 감염 사례가 없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H5N8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인체 감염 및 항바이러스제 내성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도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결국 국내에서 H5N8 AI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컴 등의 선정적인 보도 등으로 인해 국민사이에 가금육에 대한 공포심이 조장되고 있으며, AI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초래하는 소문들이 확대재생산되어 가금류에 대한 기피풍조를 조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오는 23일부터 축산업 허가제 대상을 기존의 대규모 농가에서 전업규모 이상의 농가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가금농가의 경우 허가 대상이 되는 닭·오리 농장은 전체 농가의 34.5%인 2천500곳으로 늘어나고, 사육 마리수는 1억3천600만 마리로 전체의 88.8%를 차지하게 된다. 허가대상이 되는 농가는 일정수준의 시설 및 장비를 갖추고, 단위면적당 적정 사육 마리수 등을 준수해야 하며, 특히 차량과 사람에 대한 소독시설과 사람· 동물 등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방역시설을 갖춰야 하는 바, 이 같은 규제는 그동안 AI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축산농가로의 철새분변 유입 차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농가의 예방노력을 통해 우리 가금육의 안전성은 더욱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재는 고병원성으로 판정이 되게 되면 500m 반경은 기본 살처분을 하고 3㎞까지 확대해서 예방적으로 살처분하는 정책을 취해 온 바, 예방을 위해서 어느 정도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식의 광범위한 살처분 정책은 당해 농가에게 막대한 어려움을 줄 뿐만 아니라 동물 복지라거나 국가 재정에 있어서 아주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광범위한 예방적 살처분 만이 아니더라도, 3㎞반경 내에서 간이 역학조사를 한다거나 농장별 시료채취를 통해서 살처분의 범위를 신중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의 가금류에 대한 이동 제한조치로 축산농가들이 출하시기를 놓치면서 판로가 막히거나 사료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등 이중삼중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지난 6일 전북 김제에서 토종닭을 기르던 한 농가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것도 닭을 내다 팔지 못해 손실이 커지자 이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도축비용 등을 지원해 비축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으로, 피해농가의 닭·오리에 대한 긴급 수매가 필요하다.

AI가 장기화되면서 닭·오리 소비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구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닭·오리고기 소비가 이전보다 60~70%나 줄어들면서 농가와 관련업계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정부와 농협 등에서 할인판매와 시식행사 등 다양한 소비촉진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AI로 인해 일차적으로는 사육농가가 부담을 짊어지지만, AI의 여파가 장기화되어 감에 따라 가금육 가공업체와 가금육 요식업체 등의 연관 산업들이 연쇄적으로 고사되고 있어, 그 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선정적인 보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AI의 유행을 빨리 통제하고 종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무엇보다도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위해서 닭, 오리 고기 소비를 촉진해야 할 때이며, 가금육의 안전성을 매스컴에서 앞장서 보증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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