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이 관람객 1천만을 넘어섰다. 지난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지난 2일 하루 건국 515개 상영관서 8만1천963명의 관객을 모아 1천4만3천500명을 기록했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영화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10대 부터 40~50대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이고, 할리우드 3D 영화 '아바타(1천330만)'에 이어 외화로는 두번째로 1천만을 돌파했다. 전 세계적으로 1조원이 넘는 흥행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고 우리나라에서만 7천200만 달러(한화 797억 7천893만원)을 벌어들였다. 수입 면에서도 미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세계가 온통 '엘사앓이' 중이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즐기는 것밖에 없다는 그럴듯한 처방 댓글이 인터넷에 도배돼 있다. 엘사, 안나, 울라프 등 귀여운 캐릭터들과 아름다운 배경, 중독성 있는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가 어우러진 환상의 작품으로 인해 관련 시장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질 거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이러한 특수는 따뜻한 스토리가 있어 가능했다. 그간 많이 보아온 뭇 남성과 아름다운 공주의 사랑이 아니라 자매의 진한 우정을 그린 보기 드문 영화라는 평이다. 서로가 최고의 친구이며 참 소중한 언니와 동생 이야기다.

영화 명대사 '나는 따뜻한 포옹을 좋아해',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녹을만한 가치가 있지' 등이 회자되고 있다. 영화는 끝났지만 잔상에 취한 관객들은 '진정한 사랑만이 얼어붙은 심장을 녹이리라'는 여운을 잡고 일어설 줄 모른다.

더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서 겨울왕국이 주는 시사점은 남다르다.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이 앞서고 남을 이겨야만 생존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은 주변사람들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국가 간, 산업 간 등 모든 경계가 사라진 21세기 초경쟁사회에선 자신의 강점에만 안주할 수 없다. 그래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선 기존처럼 계획-관리 경영방법에서 벗어나 행동하며 최적의 기회를 찾는 '리얼 옵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혼자선 살아남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현대의 또 다른 특징은 초연결사회라는 점이다. '나눌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주제로 하고 있는 테드(TED)가 올해 30주년을 맞는데 키워드로 연결과 재편 등이 떠올랐다. 테드의 인기 비결로 '공감'이 꼽힌다. 강연을 듣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주제가 많아서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연사와 청중 사이의 소통 극대화도 장점이다.

이렇듯 각박하면서도 서로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여건이 더 강화되고 있다. 삭막한 산업과 기술현장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세상,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도래가 대표적이다. 사물인터넷은 최근 IT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기술이며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이라는 의미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용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광의의 IoT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세계적인 IT리서치 자문기업 가트너가 발표한 2014년 10대 전략기술 중 하나이며 웹과 모바일에 이어서 가장 각광받는 미래기술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10일 경제성장을 견인할 13대 집중육성 분야인 '미래성장동력'을 내놨는데 4대 기반산업에 '지능형 사물인터넷'을 포함시켰다. 최근 시스코는 향후 10년 간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전세계 공공부문에서 4조6000억 달러(약 4900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어쩌면 겨울왕국의 흥행 대박은 경쟁사회에서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잃어버린 감성, 즉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 인간과 자연 사이, 인간과 기계 사이 등 '사이'가 점점 부각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어딘가에 있을 우리에게 참 소중한 인연을 찾아나서야 할 때다. 창조경제시대 충북의 성공방정식도 충북 내에서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하는 'Made in Chungbuk'이 아니라 주변 지역 및 세계의 자본, 인재들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Made with Chungbuk'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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