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실장·대기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손을 잡은 이후 새누리당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일시적인 '컨벤션 효과'라는 얘기도 있지만 의외로 높은 지지율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내놓은 카드가 간판급 중진의원들을 지방선거에 대거 투입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들 후보 면면을 살펴보면 익숙한 인물들이긴 하지만 왠지 젊다. 정몽준 의원만 60대 초반일뿐 유정복 전 장관, 남경필 의원과 원희룡 전 의원은 젊은축에 속한다.

우연히 충북지사 후보들과 타 시·도 유력후보들의 연령을 비교해보고 한가지 큰 차이점을 발견했다. 충북지사 후보들이 한결같이 60대 후반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다음 임기를 마치면 70대에 접어들 것이다. 민주당 이시종 지사와 새누리당 윤진식의원, 서규용 전 장관은 고교동창이다. 이기용 전 교육감은 이들보다 1년 선배고 안재헌 전 차관도 60대 중반이다. 후보군에는 포함됐지만 출마하지 않겠다고한 정우택 의원만 60을 갓넘었다. 이들 앞에서 50대는 명함도 못 내밀뿐만 아니라 이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갈만한 인물도 없다.

그렇다고 청주·청원통합시장에 출마 채비를 갖춘 후보군들 중에 50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당을 떠나 모두 60대 중반을 달리는 '젊은 노인'들이다.

그럼 타 시·도는 어떨까. 물론 60대도 여전히 있다. 하지만 50대가 수두룩하다. 새누리당이 인천·경기와 제주에 투입시키기로한 유정복 전 안정행정부장관은 57세, 남경필 의원, 원희룡 전 의원과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는 갓 50이다.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과 홍준표 경남지사는 50대 후반이다.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의 평균연령을 따지면 유독 충북이 가장 높다. 가히 '노장들의 경쟁'이다.

노장이 문제될리 없다. 다만 새얼굴도 안보인다는 점이다. 정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50대 초반의 안철수 의원 정도는 아니더라도 40대 초반에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이나 마을이장과 군수를 거쳐 경남지사에 오른 김두관 전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40대 후반에 충남지사 재선을 노리며 충청권대망론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안희정 지사 같은 인물이 충북에는 보이지 않는다. 인물난을 겪다보니 60대 후반의 친구, 선후배가 지사 선거를 쥐락펴락 하는 형국이다.

물론 기자는 나이와 경륜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젊음은 때로 미숙함을 동반한다.

폭넒은 시각과 풍부한 행정능력은 젊은나이에 쉽게 얻어질 수 있는게 아니다.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의외의 인물이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그는 배우 출신이다. 할리우드에서 약 50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특별히 주목받지 못했다.

캘리포니아주지사를 발판으로 1980년 현역인 지미카터를 누르고 40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에게 큰 기대를 건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강하고 풍족한 미국'을 구호로 내걸고, 보수적이고 강경한 국내외정책을 펼쳐 W.먼데일에게 압승을 거두고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에 나섰을때 그의 나이는 74세였다. 이 정도 나이면 미국에서도 연로한 후보에 속했던 모양이다. TV 토론회에서 W.먼데일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56세인 먼데일은 레이건의 고령을 단단히 별렀다. 레이건은 이를 역이용했다.

그는 "나는 경쟁자의 젊음과 미숙함을 결코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선방을 날리면서 먼데일을 쓴웃음 짓게했다. 선거 결과는 뻔했다. 최고령 레이건이 지금도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명단에 단골로 오른 것은 특유의 유머감각과 함께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미국의 힘'을 국내외에 과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를 노리고 있는 후보들도 모두 나이에 걸맞는 경륜과 화려한 스펙을 갖추었다. 누가 충북지사에 당선돼도 모자람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4050세대의 비교적 '젊은피'가 안보이는게 아쉽다. 도지사나 통합시장에 당선되는 것은 둘째 문제다. 도전하는 사람 자체가 없다. 도무지 참신한 새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충북지사 후보나 통합시장 후보에 60대 넘은 노장들의 전유물이 된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 세대교체가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차세대 정치재목을 못키운 도민정서도 문제지만 거친 정치판에서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신예 정치인도 눈에 띠지 않는다. 설사 불쏘시개가 되더라도 차기를 기약하고 뛸 수 있는 인물이 아쉽다. 1970년대 초반 '40대 기수론'을 외쳤던 3명의 정치인들은 구상유취(口尙乳臭)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중 두명이 나중에 대통령이 됐다. 충청권 대망론의 주역을 바라지는 않더라도 지방선거에도 신진대사가 이뤄져야 한다. '젊은피'가 없는 지역정가는 고인물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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