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파워인터뷰] 법주사 템플스테이 울화통캠프 보관스님

- 요즘 사찰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가 일반인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템플스테이가 처음 시작된 것은 2002년 월드컵때였다. 외국인들이 대거 입국했으나 숙박시설이 충분하지 못해 공주 마곡사를 비롯해 사찰 10곳이 개방됐다. 외국인들이 새벽에 일어나 마당을 쓸고 예불을 드리는 등 사찰체험을 하면서 감동을 받았다. 이후 과도한 스트레스로 도시생활에 지친 일반인들이 풍광이 수려한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통해 마음의 치유를 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110개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템플스테이는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 고유의 체험프로그램이 됐다."

-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 템플스테이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제시하나.

"사찰은 차별화된 공간이다. 자연환경에 접해있기 때문이다. 푸른하늘이 있고 맑은공기와 아름다운 숲이 있는 사찰에서 스님체험을 하는것은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스님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털어놓는 다면 짧은 시간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당연히 전혀 다른 환경에서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템플스테이는 일반인들이 전통사찰에 머물며 불교의 정신문화와 수행정신을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반드시 불교신자가 아니어도 현대인들이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열린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법주사 울화통캠프는 보관스님이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한 것으로 지난해 연인원 7천500명이 방문하며 인기를 모으자 최근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 보관스님은 2012년 울화통 캠프를 개설했다. 캠프에 참여한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마치면 실제로 달라지는가.

"표정을 보면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고맙다고 인사하기도 한다. 법주사는 충북지방경찰청과 MOU를 체결해 교정시설에 보내긴 어리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 없는 경미한 문제아를 대상으로 매달 50명 이상 캠프에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대안학교와 청소년센터에서도 많은 아이들이 들어온다. 한번 울화통캠프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밖에 기업체에서도 단체로 입소하는데 자신들의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예불이나 참선 등은 하지 않아도 된다."

-

울화통캠프는 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가.

"울화통 캠프는 고즈넉한 산사의 품안에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진정한 힐링을 추구한다. 108배를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별빛 달빛따라 예불모시기, 스님과의 정겨운 차담도 있다. 또 숲길 걷기 명상과 음악명상, 청소년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도 한다. 특히 미국의 심리학자 존 까바친교수가 창안한 MBSR(마음챙김을 통한 스트레스와 울화통 날리기)과 요가명상등을 통해 고민과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낸다."

- 최근 모 전통사찰에 갔다가 신축한 템플스테이 건물이 현대적이고 시설도 매우 편리해진 것을 보고 놀랐다. 전통사찰을 체험하러 온 사람들에게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의심스럽다.

"최근에 조성된 템플스테이 시설을 놓고 무우 자르듯 한마디로 좋다 나쁘다 규정 할수는 없다. 템플스테이에 오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스스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체에서 함께 온다. 전통사찰은 편의시설도 없고 아파트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겐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과 여성들은 재래식 화장실도 잘 못간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이 현대화 돼 평소 사찰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위한 의도도 있다. 다만 템플스테이를 위해 전통사찰의 정체성을 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편의시설이 과도하게 있다면 문제가 있다. 템플스테이 시설은 전통과 현대가 접목해야 한다고 본다."

- 스님은 천주교집안에서 성장했다고 들었다. 승려가 되는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출가하게 됐는가.

"지금도 부모님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학창시절 명상을 접하면서 삶을 새롭게 시작하려고 미국으로 유학가 심리학을 배우던 중 숭산스님의 제자인 미국인 스님에게 한국불교를 배웠다. 귀국한 이후 계룡산 국제선원에서 외국인 승려들과 수행했으며 계룡산 무상사에서 출가했다. 가족들의 반대가 없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가족들에게 허락받고 출가하는 승려는 없다."

- 출가한 이후 자신의 길을 찾았다고 보는가.

"나에게 딱 맞다. 지금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무상사에서 출가를 했지만 정식으로 조계종 계를 받기 위해 승가대학원에 입학한 뒤 학비를 벌기 위해 화계사와 국제선원센터에서 일했다. 나의 장점이라면 유학시절 배운 영어로 외국인들이 불교에 대해 물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 세속과 수행세계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다. 울화통캠프도 일박이일의 짧은시간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인생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된다. 캠프를 찾은 한 네덜란드인은 이곳에서 영감(靈感)을 얻었다며 '당신은 내 인생의 스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스트레스를 받는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스님은 어떤가.

"나도 남들처럼 스트레스를 받는다. 때로는 울화통 터지는 일도 많다. 성인군자라고 해서 화낼일이 안생길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질내는것 만큼 댓가를 치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중요한건 어떻게 화를 조절하느냐는 것이다."

- 스님도 사람이다. 나름대로 욕망이 없을리 없다. 어떤식으로 마음을 다스리나.

"방안에 불이 나면 사람들의 아이큐는 20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이성을 잃어 엉뚱한 곳이나 반대방향에서 문을 찾다가 결국 큰 낭패를 보게 된다. 화가 나거나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거기에 휩싸이지 않는다. 화가나면 흥분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자책도 하게되는데 이는 도움이 안된다. 화난상태에서 말하면 내용이 전달되는게 아니고 화가 전달된다. 당연히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이다. 먼저 마음의 상태를 읽어야 한다. 차분히 자신을 받아들이고 위로해 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리고 화난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본다. 그다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판단한다."

보관스님의 말을 듣다보면 일본의 수도승 코이케 류노스케가 쓴 '화내지 않는 연습'이라는 저서가 떠오른다. 그는 화를 내기에 앞서 화가 나지 않는 마음을 먼저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분노라는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평소 마음 수련과 감시를 통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화통캠프는 자연과 사찰이라는 힐링환경에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 우리나라는 OECD국가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최근엔 생활고때문에 일가족 자살도 잦다. 삶이 고단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사람들이 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이분들에게 어떤말을 들려주고 싶나.

"요즘사람들은 상대적인 빈곤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많이 가지고 있어도 만족하지 못한다. 이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생기는 문제이지만 우리나라는 더 심하다. 학교에서는 입시경쟁이 치열해 뒤쳐지는 것을 못참고 물질적인 것이 행복의 기준이 돼 남보다 덜 갖고 있으면 불행하다고 느낀다. 이는 마음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나역시 집도 없고 차도 없다. 하지만 늘 만족스러워 하며 살고 있다. 자신이 불행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바꾸면 행복해 질 수 있다."

보관스님은 템플스테이가 짧지만 한번쯤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나는 누구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것이 무엇인가',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라고 권했다. 스님과 능인수련원의 한평반 좁은방에서 다탁을 앞에두고 차담(茶談)을 나누면서 잠시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스님은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공양까지 들고 떠날채비를 하는 기자에게 방금 쪄낸 옥수수가 든 비닐봉지를 말없이 건냈다.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 sjpark@jbnews.com

키워드

#연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