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지난 3월 21일 금요일. 증권가가 밀집한 여의도 공기가 심상치 않았다. 3월 24일 월요일에 개설되는 한국거래소(KRX) 금현물시장에 대해, 일부 증권사에서 문제제기를 하며 시장참여 거부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제기한 문제는 금현물시장이 약관에 의해 개설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계좌대체의 경우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추후 법적인 보완 방안이 논의되었고, 마침내 역사적인 금현물시장은 큰 무리 없이 개설이 되었다.

정부나 유관기관에서 금현물시장 개설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문제가 핵심공약으로 거론 되었고, 실무적으로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금현물시장 개설을 통한 방안이 도출 되었기 때문이다.

금현물시장 개설 논의는 2007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가 깊으나 별 진전이 없던 차에, 제18대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급속히 수면위로 올라왔다. 금현물거래가 많이 음성화된 것은, 금이 가격은 비싼 반면 소지가 간편해 무자료 거래나 밀수의 수단으로 거래되기 쉽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현물의 지하시장규모를 추정해 발표하고 있으나, 사실 규모조차 파악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금현물시장이 지하경제 양성화에 도움이 되려면 무엇보다 시장활성화가 관건이다. 한국거래소에는 금현물시장 이외에도 다양한 시장을 개설하고 있는데, 몇몇 시장은 세인의 관심을 받지 못해 소멸할 위기에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시장 개설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시장참여자를 늘리고 관심을 불러 일으켜 활성화 할 지가 중요하다. 금현물시장은 3월 24일 시장을 개설하고 며칠이 경과한 시점에서 살펴보니, 일평균 거래대금 수억 원과 거래량 수천 주 정도로 많지 않은 수준이다. 가격형성 측면에서도 일반투자자나 금실물업자에게 메리트를 줄만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 가격 측면에서 시세차익을 보고 들어오는 일반투자자 보다는, 실제로 금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금실물업자가 세원의 투명화에 따른 부담을 상쇄할 정도로 가격이 형성되어야 시장 참여가 높아질 것이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주목적은 세원확보다. 정부는 돈 쓸 곳은 많고 세수 확보는 어려운 상황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원확보를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계산상으로는 너무도 간단하고 현실감이 있어 보이지만, 문제는 금현물시장을 보더라도 지하경제 양성화가 금방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공개적으로 세수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다 보면 가뜩이나 움츠러든 시장참여자들에게 거리감을 두게 한다.

따라서 금현물시장 개설을 통한 세원확보 목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당장은 시장활성화에 역점을 두다 보면 결과적으로 지하경제 양성화가 된다.

선(先)시장활성화와 후(後) 세원확보 정책이 필요하다. 시장이 활성화되면 요즘은 다양한 금융기법을 이용해 더욱 더 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 금현물시장에 파생된 상품이 등장하고, 다른 시장과의 시세 차익을 이용한 거래, 금현물시장 지수 개발과 지수연동형펀드(ETF) 등등.

또한, 금실물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세금완화 정책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금 제도는 금현물을 찾으려면 부가세 10%를 포함해 제비용이 상당한 실정이라,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요즘 규제완화가 화두인데, 규제완화는 시장참여자가 요구하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때 큰 무리 없이 진행 된다. 시장에서 답을 찾고, 시장이 자율적으로 모두가 참여하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금만큼 오랫동안 투자수단으로 각광을 받은 것은 없다. 또, 실생활에서도 금은 아주 가까이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금현물시장이 개설됨으로써 단돈 5만원을 가지고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편리한 시장이 생겼다. 기존에 은행의 골드뱅크 등 관련 상품들이 많이 있지만, 금현물시장은 소액으로 장기적인 투자의 관점에서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금현물시장이 활성화 되고 모두가 사랑하는 시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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