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교과서에 작품 실린 이묘신 동시작가

응, 그래서?

- 이묘신

우리 반 지훈이는

친구들 고민 해결사예요.

걱정거리 털어놓고

제자리로 가며 웃는 아이들.

지훈이 곁에서

가만 귀 기울여 들어 보니

응, 그래서?

응, 그래서?

이 말만 하는 거예요.

말허리 뚝 자르지 않고

미리 결론부터 내지 않고

끝까지 기다리며

얘기 들어 주는 것이

지훈이가 고민을

척척 해결하는 방법이래요.



초등 3학년 2학기 국어 듣기·말하기·쓰기에 실린 이 동시는 청주지역작가 이묘신씨의 작품이다.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 단원에 실린 이 동시는 이묘신씨의 첫번째 동시집 '책벌레 공부벌레 일벌레'에 실려 있다.

"영광이죠. 가문의 영광이에요. 2010년 7차 개정 교육과정 때 폭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가는 인간상을 키워나간다는 개정취지에 맞는 작품이라 선정된 듯 합니다. 아는 사람이 '선생님 작품이 우리 아이 교과서에 있어요'라는 전화를 받고 알았죠."

출발은 동화작가로 했으나 동시작가로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 작가는 동시가 생활 속에 쑥 들어와 있는 프랑스처럼 우리들 생활 속에도 동시가 들어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늘 아이들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바라보고 한 덕분에 두 아들이 인성적으로 잘 자랐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그 생각이 더 간절하다.

경기도 이천이 고향인 이 작가는 두 딸을 낳고 늦게 군대간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보낸 연애편지를 책처럼 읽으면서 자랐다. 책을 쉽게 구할 수 없던 시골에서 두툼하게 묶어진 아버지의 연애편지는 더 없이 좋은 책이었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잠자리에 누워 엄마가 읊어주던 시조 또한 생각해 보면 오늘의 이 작가를 있게 한 자양분이다. 꽃씨, 새똥, 낙서, 개미, 별명, 할머니, 가족, 이웃, 자연, 그의 시에 등장하는 소재들도 고향의 것이 많다.


오래전 동화를 가르쳐 주던 이금이 선생님으로 부터 '글의 호흡이 짧아 동시도 잘 맞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닥치는 대로 읽고 쓰고 공부해서 2005년 동시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이 작가는 현재의 삶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크다. 어린 시절엔 그렇게 싫던 '이묘신'이란 이름도 지금은 너무 좋다. 누구나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이름 덕을 많이 본다고.

"한 때는 고민도 많았어요. 어릴 때부터 착한 걸 미덕으로 알았고 주변에서 착하다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 동시는 늘 착했죠. 과연, 착함이 주제가 될 수 있을까? 착하다는 것이 저를 괴롭혔죠."

그러나 이제 답을 찾았다고 한다. 지금의 사회야 말로 진짜 필요한 게 착함이고, 정(情)이라는 것을.

이 작가가 꿈꾸는 것은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동시세상이다. "맞아, 맞아." "우리집을 엿보신 거 아니에요?" 그렇게 선생님과 학생들이, 엄마아빠와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가 동시가 되고, 인생의 역사노트가 되고,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통로이길 바란다. 본인 표현에 의하면 '그런 어줍잖은 사명감'을 가지고 특강현장에서도 '맛있는 동시 읽기와 쓰기'를 열심히 보급하고 있다.

최근엔 '청소년 연애 시'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사춘기 아이들이 쉽게 사귀고 쉽게 헤어지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짧지만 치열한 시간을 표현해 낼 계획이다. 청소년들이 여러 의미로 내뱉는 "그냥"이라는 단어 속에 숨어 있는 불안과 그들만의 감성이 무엇인지 주목하고 있다. 도덕교과서처럼 교훈적이고 서정적이기보다는 현실을 감안한 몽정, 콘돔, 키스 등 '센 것'을 통해 청소년들의 관심을 일으키고자 한다. 어떤 작품일까? 착하고 조신한 도덕선생님 같은 이 작가의 반전을 담은 청소년 연애 시가 기대되는 이유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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