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대형 참사 … 대책은

계속되는 대형 참사로 대한민국이 크게 아파하고 있다. 꽃다운 청춘들의 생환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국민들은 슬픔에 잠겼고, 사회 전반에 걸친 시스템도 무거운 침묵에 빠져들었다.

지난 16일 오전 9시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17일 오후 3시 현재 9명이 사망하고 287명이 실종되거나 생사가 불투명한 상태다. 구조된 승객은 179명이다. 특히 이번 사고로 수학여행에 나선 안산단원고등학교 학생 200여 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후진국에서나 있을법한 이 같은 대형 참사가 선진국을 목전에 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것에 국민 모두 망연자실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충청권 지방정부 차원의 사회안전망 전수조사 및 점검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최악의 참사는

충청권은 지난 1994년 10월 24일 충주호에서 벌어진 유람선 화재사고를 기억하고 있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앞 충주호를 지나던 54t급 유람선에서 엔진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30명이 숨지고 33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 당시 정원이 127명인 이 유람선에는 승무원을 포함해 134명이 타고 있었고, 유람선 안에 화재 진압용 소방정이 없었으며 구명조끼도 정원수만큼 갖추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93년 10월 10일 오전에는 326명을 태우고 가던 서해훼리호가 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서 침몰 292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정원이 221명이던 서해훼리호에는 모두 362명의 승객이 탑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건물 붕괴와 지하철, 항공사고도 계속됐다.

최악의 건물 붕괴사고는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로, 당시 인명피해는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었다. 서울 성수대교가 붕괴하는 어이없는 사고(1994년 10월 21일)도 벌어졌다.

대구광역시 중구 남일동의 중앙로역 구내에서 50대 남자가 휘발유를 담은 페트병 2개에 불을 붙인 뒤 바닥에 던져 총 12량의 지하철 객차는 뼈대만 남긴 채 모두 불탔다. 192명(신원 미확인 6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당하는 인명 피해를 당했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 보잉 777-200ER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던 도중 꼬리 날개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18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상당하고 3명(중국인)의 학생이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정부·정치권 대책 마련 소홀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오후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 서망항에 도착해 사고현장을 둘러보고 수색구조상황을 점검했다.

사고현장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해경경비함 갑판에 올라 침몰 선박을 보며 "이렇게 많은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됐는데 구조가 더뎌서 걱정이 많다. 얼마나 가족이 애가 타겠나. 어렵고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형 참사는 사고 직후 1시간이 사고자의 생사를 가를 아주 중요한 생명타임이라고 재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고신고 후 세월호 침몰까지 2시간여. 투입된 구조 장비라곤 인근을 지나던 어선과 급하게 출동한 해군·해경 함정, 군과 소방헬기 등 뿐이었다.

구조 당국은 에어포켓에 대한 희망을 높이기 위한 '공기주입'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 장비 또한 만 하루가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다. 수많은 대형 여객선과 화물선이 오가고 있어 언제든지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고현장에 1시간 내로 급파될 구조장비나 이 장비들이 대기할 전문기지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간의 대형 해양사고 이후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얘기다.

선체 인양을 위해 경남 거제에서 출발한 '대우3600호'는 18일 오전 6~8시쯤 사고 해역에 도착하고, 진해에서 출발한 '설악호'와 역시 진해에서 출발한 '삼성2호'도 19일 오전 8시쯤이나 돼야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재난 관련 전문가는 "'파도가 높다. 조류가 빠르다'는 말로는 이제 국민을 위로할 수 없다. 자연과 어느 정도 맞설 장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형참사에 대비한 범정부 차원의 사회안전망 구축과 재난관리시스템에 대한 정비와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이라며 "'돈이 없다. 인력이 없다'는 변명도 이제는 받아들이기 힘든 대한민국이다. (구조장비와 구조장비기지, 인력 등)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그 어떤 예산과 인력 배치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대형건물, 다리, 지하철 등 지하시설, 대형 운송수단(배, 항공기)이 위치한 곳의 안전 관리 감독체계를 상시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척'하는 정부와 지방정부, 정치권을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성호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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