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종률 교원대 체육학과 교수

흔히 담배를 '기호품'이라고 한다. 기호품이란 '독특한 향기나 맛이 있어 사람들이 즐기고 좋아하는 음식물'을 뜻한다. 다양한 기호품 가운데 담배는 매우 오래 전부터 흡연자들의 고달픈 삶에 일시적으로나마 위로와 여유, 감각적 쾌감을 제공하며 존속되어 왔다. 담배의 역사성을 명확히 규정할 수는 없지만 매우 오랜 시간 인간의 삶과 함께 해 온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담배가 이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백해무익의 '살인 물품'으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 속에 법적 심판의 잣대를 받게 되었다. 지난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KT&G와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를 상대로 흡연 폐해에 따른 537억 원의 손해배상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였다. 이전의 개인이나 가족 단위의 소송과 달리 공단의 제소인지라 이번 소송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국민 건강을 염려하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송사에 대해 각 주체별로 다양한 논리를 제시하고 있지만, 핵심 쟁점은 국민 건강과 기업 이익 추구 간의 정면 대결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공단 측 주장에 의하면 2012년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한해 5만8천명으로 추정되고, 건강보험료 추가 지출이 연간 1조 7천억으로 전 국민의 한 달 치 보험료에 해당한다고 한다. 흡연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제공하기에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선 담배 회사의 주장은 우선 건강에 미치는 담배의 폐해에 대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담배가 국가 세수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흡연 에티켓 캠페인 등을 통해 건강 문제를 극복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반되는 주장을 접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아니 담배의 떫은 쓴맛이 역류하는 듯 느껴진다. 이미 담배의 위해성은 매우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근거 자료는 과학과 의료 기술의 발달 수준에 비례하여 인과관계가 더욱 명확해 질 것으로 확신한다.

담배는 4천800여 종의 화학물질과 비소, 청산가리 등 69종의 발암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를 "담배회사 의도대로 사용하면 사람을 죽이는 제품"이라고 정의하였고, 미국의 법원 판결문도 담배를 '살인 물품'이라고 표현하였다. 담배가 이처럼 위해한 물품이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을 세계 제1의 공중보건문제로 지정하였다.

건강보험공단도 2013년 흡연 폐해에 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양자 간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이고 통계적으로 입증하였다. 130만명을 모집단으로 19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흡연자의 암 발생 위험도는 비흡연자에 비해 암 종류별로 다르지만 최대 6.5배 높다고 밝혔다. 남성 후두암의 79%, 폐암의 72%, 식도암의 64%가 흡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의 '201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흡연율은 12.1%이고,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1위인 것으로 발표됐다. 청소년의 흡연은 인체의 세포나 조직, 장기 등이 성숙되지 않아 그 피해가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소년 흡연은 청소년의 발달 및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위협하는 매우 위중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이렇듯 흡연의 폐해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10일 '담배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기획재정부는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이 지나치게 강조되었다. 담배는 기호식품이다"라고 항변했다. 또한 정부부처는 담배소송의 여파로 세수가 줄어들고 담뱃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복지부가 노골적으로 승소 가능성, 소송액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딴죽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건강보다 기업 이윤 추구와 세수 확보, 예산 등을 우선시 하는 관료적 태도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소송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국가의 미래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담배회사의 이윤과 연계된 이익 구조를 우선시 할 것인가의 싸움인 것이다. 이제부터 지리한 법적 공방이 있겠지만 차제에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유지하는 중대 결정이니 만큼 전 국민이 함께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사회가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며, 행복한 사회로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