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바야흐로 꽃피는 봄입니다. 요즘은 봄, 가을이 부쩍 짧아지는 터라, 겨울에서 바로 여름으로 접어드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얼었던 가슴을 녹이는 봄바람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봄을 알리는 전령은 꽃망울이죠. 개나리이든 유채꽃이든 산수유든 가지끝에 물들어 함빡 웃는 모습은 눈길을 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각종 축제들이 봇물터지듯 열리고 있고,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고자 저마다의 매력을 어필하며 고객유치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축제들을 방문하다 보면 명칭은 조금씩 틀리지만, 구성되어 있는 프로그램들이 비슷비슷함을 볼 수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축제에서 노래자랑과 장기자랑, 유명가수 초청공연 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지역축제들이 관공서 주도로 기획되기 때문에 관객유치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할 따름입니다. 이런 경향은 지방선거 등과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되리라 보입니다.

또한, 무분별한 축제의 난립으로 지자체간 과도한 경쟁과 상대 지역축제 흠집내기, 교통대책 미흡과 편의시설 부족, 관광객 위주에 따른 지역거주 주민의 소외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연간 700여회가 열리는 지역 축제, 정부지원금이 연간 1조원이 투입되는 지역축제가 부실하다는 얘기는 각 지역마다 축제가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소위 말하는 킬러콘텐츠가 없다는 얘기일 겁니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이 축제의 다가 아닐 것입니다. 말그대로 축제,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의 뜻대로 지역주민이 동참하고 지역주민의 삶 속에서 전통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행사여야 합니다. 관광객이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지역색을 느끼고 지역의 정신을 공감하는 곳으로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특색상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역행사를 주관할 수 밖에 없겠지만, 지나치게 관 주도의 행사가 될 경우, 전시행정으로 흐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민간에서 주도하면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므로 적정한 선에서 균형의 미학이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충북 보은의 대추축제는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보은지역에서 열리던 속리축전, 단풍가요제, 소싸움대회 등 10여개의 축제들을 구조조정을 통해 대추축제 하나로 통폐합했습니다. 보은의 명물 대추를 상징화해 전국의 대표 지역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전국의 국민들은 보은을 생각하면 자동으로 대추를 떠올릴 것입니다.

고만고만한 이름의 축제로는 차별화되지도 않고, 국민의 이목을 끌지도 못했을 행사들을 권역별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통합한 결과, 전국민의 관심을 끄는 축제가 되었고, 축제안의 축제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면서 단순히 먹고 보고 가는 축제가 아니라 두번 세번 계속 찾고 머물게 되는 행사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토마토축제), 일본의 삿뽀로 눈축제(눈조각전시회), 영국 에딘버러국제페스티벌(공연축제)과 같은 세계적인 축제들도 그 태생은 조그마한 지역의 축제였습니다.

토마토값의 폭락에 분노한 농민들이 시의원들에게 분풀이로 던진 것이 유래가 되어 시작된 '라 토마티나' 축제가 열리는 스페인의 부뇰은 원래 1만명 가량의 주민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인데, 축제기간동안 무려 4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고 합니다. 눈과 추위 말고는 아무것도 없던 일본 삿뽀로의 작은 공원에서 중고생들이 만든 눈조각품이 시발이 돼 매년 2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삿뽀로 눈축제는 이제 세계3대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에서 몇 명의 예술가가 모여 만든 소박한 문화예술공연이 이제는 공연에 초대받지 못한 작가들의 번외 공연인 프린지페스티벌까지 유명세를 타며 굴지의 세계 문화예술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자랑거리, 우리 지역에서 같이 즐기고 싶은 체험거리, 후대에도 물려주고 싶은 유산 이런 것들이 우리 지역의 문화 아니겠습니까. 문화는 같이 호흡하는 것이고, 같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입니다. 지역축제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 지역만의 문화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지역색이 뚜렷한, 지역민이 적극참여하는, 그래서 그 지역만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대의적인 차원에서 지역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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