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표언복 목원대 국문과 교수

나라에 따라 어린이 교육에 큰 차이를 보인다. 유럽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자연과의 친화이다. 그래서 교과의 대부분 자연 속에서의 놀이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는 만큼 자연을 이해하고 조화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케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자립심과 자립 능력을 기르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어린아이가 제 방 침대에 혼자 누워 아빠 엄마의 뽀뽀를 받고 잠자리에 드는 모습은 꽤 익숙한 장면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주체적 삶의 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또 다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가장 우선시한다. 그래서 질서와 예절이 강조되고, 조직과 집단에 대한 기여와 충성심을 미덕으로 가르친다. 사회적 관계 속에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덕목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다. 크게 달라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어느 나라의 경우나 쉽게 납득이 될 만큼 타당하고 지극히 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모두 인간의 삶에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유치원에서부터 영어 교육이 강조될 만큼 지식 교육에 편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껏해야 미술이나 음악 등 예능 교육에 한정돼 있다.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구현할 만한 시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기껏 그림이나 영상물을 보고 배우는 것이 전부이다. 자연을 이해하고 조화하는 법을 터득하기는 커녕, 벼와 보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콩과 팥을 노란 콩, 빨간 콩으로 밖에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 모든 애벌레를 송충이라고만 아는 아이들로 기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모는 '자식바보'가 되어 내 자식 기 죽을까 노심초사하고, 자식의 일이라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도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해 주고 싶어 하는 세태나 풍토 속에서 자립심 강하고 사회성 높은 인격체 양성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이 그토록 목매달고 있는 지식 교육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 서울대의 '기초교육원'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다. 신입생들의 수학 능력이 너무 떨어져 정상적인 대학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오래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교양 교육과정이다. 국민들의 교육비 지출은 날로 증가하고, 학생들은 더 혹독한 입시경쟁에 시달려 왔는데도 학력은 계속 떨어져 온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교육 개조'를 검토해 보아야 할 단계가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조직 개편과 공직사회의 개혁을 약속했다. 담화의 문면에 나타난 대통령의 진정성과 결의를 회의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어쩐지 허허롭다. 그렇게 해서 과연 국민의 안전이 담보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담화의 내용은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 관리 감독 기능을 정상화하고, 재난 발생시 완벽한 구조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좋은 생각이다.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국민을 위협하는 재난이 어디 선박의 침몰이나 건물의 붕괴와 같은 문명과의 불화뿐인가. 개인의 소소한 일상들도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모두 재난이다. 예컨대 독버섯에 중독돼 죽고, 벌이나 뱀에 물려 생명을 잃는 것과 같은 경우다. 사노라면 산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고, 혹독한 눈보라 속에 동사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고, 익사의 공포에 직면하는 경우도 흔히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이같은 일들로 인한 재난 희생자는 거의 매일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드기에 물려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한 보도가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재난을 대비한 어떤 교육 기회도 가지고 있질 않다. 심지어 기본적인 생활 도구 사용법 하나도 익힐 수 없고, 교실 밖 활동은 무엇이나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의 일탈행위 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늘이나 바다 위의 재난 못지않게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하는 개인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 개조'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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