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세월호 침몰이 어느새 한 달 보름이 넘어가고 있다. 전 국민의 간절한 기도와 바람이 무색하게 세월호 침몰에 대한 해결은 안타깝게도 아직 명료하지 않다. 너무도 엄청난 사건이라 여러 분야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경제 분야에서도 세월호 침몰이 가져온 영향은 적지 않다. 언뜻 생각하면 아무런 연관이 없을 듯한 세월호 침몰과 경제 문제는, 사실 명확하게 숫자로 제시하기 어렵지만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덜 먹고, 덜 쓰고, 덜 놀았다. 바로 여행, 관광, 숙박 등 관광업계와 소상공인의 매출이 급감하였고, 정부는 급기야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와 민간연구소 등에서는 경제성장률 하락을 우려하며 금년도 전망치를 변경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 거론한 것은 어쩌면 눈에 보이는 표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사람들 마음의 상처야 무엇으로 계량한단 말인가.

특히나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경험한 우리 나라는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경제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변화의 시작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 계량화된 숫자가 절대시 되었다면, 앞으로는 최소한 명확하게 보여지는 실적만이 전부가 아니란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이면에 무엇인가 다른 중요한 것이 숨어 있다는 인식을 절실하게 하게 되었다. 그것은 이제까지 등한시 되었던 부문으로 경제도 결국 인간의 행위로 구성되기에 심리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처럼 경제는 때로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 이런 점을 파악하여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의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가장 권위 있는 학자는 단연 프린스턴 대학교의 다니엘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다. 그는 이 분야의 뛰어난 연구로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였으며, 이 공로로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는데, 실제로 그가 오랫동안 연구한 분야는 특이하게도 심리학이었다. 그만큼 심리를 가지고 경제를 설명하는 것은 기존의 여러 가지 툴을 가지고 분석하는 것보다 유용하게 되었다.

심리가 무서운 것은 자기실현적(Self-fufilling)인 속성이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한 번 불안해진 마음은 웬만해서는 돌아서지 않고 점점 더 불안해진다. 증폭된 불안감은 지나치게 과도해져 정도를 벗어나기 쉽다. 이런 심리는 특히 주식시장 같은 데서 잘 나타난다. 뻔히 과열인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하필 그 때 더 광분하여 주식을 사 모으고, 확실히 바닥인 줄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선뜻 주식을 매입하지 못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그만큼 심리는 인간이 통제하기 힘든 영역이다. 이에 주식시장에서는 심리를 알아보는 각종 지표를 개발하여 오래 전부터 사용하였지만 또 그것을 따라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따라서 경제문제를 다룰 때 경제외적인 심리나 행복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 문제가 결코 숫자가 다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우리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안전이 뒷받침된 '행복'이라는 것. 그래서 때로는 느린 것도 허용해야 되고, 소외된 분야도 돌볼 줄 알아야 되고, 혼자만 잘 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가야 한다는 것. 금번 사건을 계기로 진정 중요한 것의 순위를 다시 생각해 보고 행동 양식을 바꿀 때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낮고, 전 세계에서도 행복지수가 소득에 비해 턱없이 낮다. 국제연합(UN)이 발표한 2013 세계행복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41위에 랭크되었다. 상위권을 차지한 나라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가 차지하였는데, 그들의 삶의 방식이 어떠한지 연구하고 배울 필요가 있다.

여러가지 지표로 보아 우리나라는 양적인 면에서 선진국의 문턱에 가 있다. 그렇지만 확실히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왜일까. 아직 질적인 면에서 더 성숙한 모습이 되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행복한 삶이라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