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최근 발표되는 경기지표에는 생산과 소비의 동반 하락세가 여실하다. 업종, 기업규모 또는 기업유형별 차이는 있지만 소상공인들이 주로 삶을 영위하는 도소매, 숙박, 음식, 운수업종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둔화되는 가운데 세월호 충격이 겹치면서 올해 2/4분기에는 그간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경기회복이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일명 '소프트패치'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인식하는 체감경기도 악화일로다. 기업 경영의 애로사항으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수 부진을 꼽았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의 소비위축 등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낮췄다. 특히 민간소비는 당초 3.6% 증가하리라던 전망을 2.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으로서는 보기 드문 과감한 결정이다. 그만큼 국내경기가 심각함을 의미한다.

금년 초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대통령은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올 한해가 성장궤도로 복귀하느냐 아니면 저성장 흐름이 고착화되느냐의 중요한 분수령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렇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여건은 온통 뒤바뀐 형국이다.

문제는 지금의 현상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국내 한 민간경제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내수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내수 침체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또한 과소 소비와 과소 투자로 인해서 내수가 장기균형에서 괴리되고 있다. 이를 장기 균형식에 근거해서 산출해 보면 2009~2013년 동안 장기균형보다 하회한 민간소비와 총고정자본 위축 규모는 부가가치 기준으로 각각 연평균 8조400억원, 8조680억원이다. 같은 기간 장기균형 수준만큼 내수가 이루어졌다면 잠재성장률은 0.4% 상승해 4%에 근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달 9일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발표된 과제들의 후속조치가 11일 '긴급관계기관회의'을 거쳐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어려움을 겪는 여행·운송·숙박업계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재계도 미뤘던 투자와 고용, 마케팅 등을 재개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에 낙관적인 결과를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작년 여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무시무시한 예측을 담은 책자가 발간됐다. '2030 대담한 미래'라는 제목의 책에는 한국경제가 2016~2018년 제2의 외환 위기나 경제성장률 -5%에 준하는 경제 충격을 경험한 후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들어 있다. 경제, 사회, 정치, 기술, 제도 등 현재 시스템이 크게 바뀌지 않고 지속될 경우 일어날 확률이 70~80% 이상으로 매우 높다고 주장한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있어왔다. 경제성장의 급속한 둔화 원인으로는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 잠재성장률 저하 등으로 대별된다. 여기에는 수출의존도 심화, 주력산업의 성장성 정체, 기업 채산성 악화, 가계의 저소득-고비용 구조 및 소비위축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단기에 근본적 해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소비주체인 가계의 저소득-고비용 구조를 해소함으로써 소비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업의 투자 확대가 일자리 창출을 거쳐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도록 고용 및 투자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 비용측면에서는 가계부채의 적정수준 관리와 주거비 및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는 통제 가능한 것부터 실천해 나가야 한다. 세월호 충격을 딛고 미뤘던 소비를 서서히 늘려야 할 시점이다. 건전하고 건강한 소비 촉진이 질적 성장으로 선순환하는 메카니즘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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