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100년 동안 계속된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 속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 잔 다르크처럼, 우리 시대의 여성은 사회의 치열한 현실과 마주해 생계와 생존을 위해 잡(Job) 다르크가 되어 취업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이른 아침 출근길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 무심코 보게 된 여성 운전자가 기초화장에 열중이다. 피로가 역력한 표정에 출발 시점을 놓칠세라 신호등과 손거울을 번갈아 쉴 새 없이 바라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처음 그 광경을 보았을 땐 '게으른 사람'이라 여겼는데, 일과 가정의 양 사이클 속에서 분주한 여성들의 모습을 흔히 보게 되었고, 더구나 유치원에 다닐 법한 어린 아이가 차 뒷좌석에 타고 있고 눈과 손이 바쁜 그 모습은 게으른 탓이 아닌 이 시대를 사는 '일하는 엄마'의 현실이며 비애임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좋은 사람 만나 가정을 꾸미고 아이들 잘 키우는 것이 행복이라 말하기 쉬워도 애써 공부하고 어렵사리 갖게 된 직장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가 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빠른 기일 내에 복직해야만 경쟁 조직에서 낙오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결혼을 미루는 여성이 많아지고, 결혼을 해도 출산을 하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른바, 경력단절 여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심각성에 비춰, 정부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을 위해 '여성과학기술인육성지원 기본계획'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공계로의 진학과 유입 여성 비율은 여전히 큰 변화가 없고, 따라서 취업 또한 전공과는 상관없이 '사회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가능한' 직종을 선택하고 있다. 또한 여성의 지위향상과 복지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기업을 여성우대기업으로 선정하고, 유연근무제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분위기 확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여성고용률 제고에 관한 문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측면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들의 일자리를 유지하게 하는 제도의 정착이 필요함을 주지시키고 있다.

유럽의 경우 고용률 70% 진입 시기에 미디잡(주당 36시간 미만 근로자), 미니잡(주당 15시간 미만 근로자) 등 '시간제 일자리'가 확산되었다. 우리나라도 2~3년 전부터 공공부문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도입과 정착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전체 고용률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미미한 실정이다. 또 '시간선택제 일자리'조차도 대민업무나 단순한 사무직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남편 육아휴직도 인사상 손해에 대한 우려와 실질임금 감소 등의 장애요소와 함께 사회문화적 인식부족으로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고 단기간 일할 인력을 찾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따라서 기업이 대체인력을 쉽게 찾도록 정부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의 각 부처별 일자리창출 프로그램과 함께 취업지원정책은 물론이고, 지역단위에서 시행되고 있는 각종 지원프로그램을 연계함으로써,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줌과 동시에 중복과 비효율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일자리관련 통합정보시스템 구축과 함께, 일자리관련 유관기관협의체의 정례적 운영을 통한 정보소통이 긴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성차별 금지 등 여성근로자 보호규정 마련, 모성보호제도 도입,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시행, 직장어린이집 설치 등 노동시장간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구체적 문제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이른바, 일·가정 양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지원책을 통합하는 등 지원정책의 지향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비 온 뒤 한껏 푸르러진 신록과 마주한 오늘, 창과 방패를 든 잔 다르크에서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며 가족 모두가 행복해하는 신록보다 더 아름다운 '잡 다르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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