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행정부장
부이사관·이사관 고위직 정체
'재선 피로감' 맞물려 윤기 잃어
'내부 동력' 찾을 '카드' 있어야

이시종 충북지사가 재선한 충북도는 통합을 앞둔 청주시나 여느 자치단체에 비해 너무 조용하다. 7전 7승을 기록한 이 지사가 "가장 힘겨운 선거였다"는 소회를 밝힌 윤진식 전 의원과 '숙명의 라이벌전'을 끝내고 홈으로 복귀한 이전 사정과 달리 조직에서는 긴장감이 읽혀지지 않는다.

외부인 시각에는 이 지사가 잠시 휴가를 다녀온 것 아닌가 느낄 정도로 달라진 구석을 찾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민선 6기 도정방향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근간은 민선 5기의 연속선상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안온함도 작용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런 속내를 들여다보면 인적쇄신이나, 도정 방향의 큰틀의 변화가 예고되지 않은 탓에 조직의 긴장감과 생동감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 아닌가 싶다.

당장 6월말께 단행할 7월 정기인사는 부이사관 승진 요인이 없어 서기관급·사무관급 이상 공무원들은 애써 눈치 볼 여건이 아니다. 충북도의회 사무처장과 충북도기획실장 보직 역시 현재의 흐름으로라면 '고정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이사관, 부이사관 두 직급 모두 상반기 퇴직자가 없다. 통합청주시 출범으로 부이사관급인 청원부군수와 통합추진단장 2명은 복귀해야할 판이다. 인사 수요가 거의 없는 셈이다. 단체장이 바뀐 지역 부단체장과 일부 국장급의 자리변동 정도가 가능하다. 머리가 굵든 그렇지 않든, 공무원을 움직이는 근간인 승진 요인이 없다보니 구성원들의 눈빛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심하게 말하면 민선 5기의 피로감이 곧 출범할 민선 6기에 적용돼 조직의 맥이 풀려 보인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선거과정에 이어 재선 성공 이후 도정 운영의 '키워드'를 '안전·행복'을 기조로 한 '삶의 질 향상' 이라는 개념을 우선 순위에 배치했다. 경제와 복지, 교육 등 다양한 내용이 응축된 개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선거기간에 쟁점으로 도출됐던 정부의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 대응책을 제시한 게 새롭다면 새로운 것이다. 재선 도지사가 연속성을 갖고 추진하는 일인 데다, '제2경부'는 공무원 몇몇이 움직여 될 일이 아니라 체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자칫 도정 흐름이 '어제 먹던 떡'처럼 여겨질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한 듯 이 지사는 조직의 고삐를 다시 쥐었다. 충북도는 매주 월요일 국장급 확대간부회의와 함께 주요현안을 논의하는 '현안회의'도 매주 한차례 개최한다. 그런데 엊그제 지난 4월 이후 중단됐던 '현안회의'를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차례 갖는 것으로 정한 모양이다. 어떤 조직이나 마찬가지 인데, 국장급 회의가 자주 열리면 차차 순위로 조직에 부담이 가해지기 마련이다.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청내에는 이 지사의 변하지 않은 꼼꼼한 업무스타일을 빗대 '도로 이시종'이라는 우스개가 나돌았다. 조직 운영과 업무 스타일이 다소나마 바뀌길 기대했던 것과 달라 피로감을 느낀다는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사는 경제부지사를 '정무부지사'로 전환하는 '카드'로 조직운영의 변화를 꾀했다. 새누리당이 도의회와 통합청주시를 장악한 정치적 변화를 반영해 '정무라인' 재편하자는 취지이다. 필요한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적쇄신'을 통한 '내부 동력'을 찾는 것이다.

조직의 피로도가 더하면 탄력이 떨어져 도정운영이 제대로 될리 없다. 앞 뒤로 꽉막힌 듯한 인사숨통을 트는 방안을 찾는 게 취임에 앞서 이 지사가 꺼내야 할 '카드'가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